[류한준기자] "장선생님 도움을 정말 많이 받고 있어요." 한국도로공사 센터 하준임은 26일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KGC 인삼공사전이 끝난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장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장선생님은 바로 올 시즌 도로공사에서 플레잉코치로 뛰고 있는 장소연이다. 1989년생인 하준임과 비교하면 장소연은 나이가 15살이나 많다. 1974년생인 장소연은 올 시즌 V리그에서 뛰고 있는 남녀선수들을 통틀어 동갑내기 후인정(한국전력)과 함께 최고참이다.
하준임은 "코트 안팎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장소연은 하준임과 포지션이 같은 센터다. 그렇기 때문에 하준임은 대선배 장소연 효과를 가장 가까이서 누릴 수 있다.
하준임은 이날 블로킹 6개를 포함해 16점을 올렸다. 주포 니콜(미국)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점수를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90%를 나타냈다. 이날 경기는 5세트까지 진행된 끝에 도로공사가 3-2 이겼다. 풀세트로 치러진 경기에서 하준임이 기록한 공격성공률 90%는 실로 대단했다.
장소연은 베테랑답게 후배들을 잘 리드했다. 그도 이날 블로킹 1개를 포함해 4점을 보탰다. 장소연은 남성여중고를 나와 지난 1992년 선경에 입단해 성인배구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현대건설의 전성기를 이끌면서 국가대표팀에서도 오랜 기간 활약했고 이동공격이 장기인 센터로 이름을 날렸다.
현재 V리그 최고의 센터로 꼽히고 있는 양효진(현대건설)과 정대영(GS 칼텍스) 이전 한국여자배구를 대표하던 센터가 바로 장소연이다. 그는 현역 은퇴 후 배구심판으로도 활동하다가 2009-10시즌 다시 코트로 돌아와 새카만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하준임은 대구여고 졸업반이던 2007-08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됐다. 드래프트 동기인 양효진보다 앞선 순위였다. 당시만 해도 하준임은 센터가 아니었다. 왼손잡이 장신 라이트라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도로공사는 주저없이 그를 데려갔다. 외국인선수로 레프트에서 뛰고 있던 밀라(도미니카공화국)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프로 입문 후 하준임의 성장세는 더뎠다. 주 포지션이 라이트인 외국인선수가 들어오면서 자리를 잃었다. 가끔씩 원포인트 블로커로 투입되는 일이 늘어났다. 이런 그를 보고 당시 도로공사 사령탑을 맡고 있던 어창선 현 LIG 손해보험 수석코치가 결단을 내렸다. 센터로 포지션 변경을 제안했다.
포지션을 바꾼 효과는 이른 시간에 찾아오진 않았다. 그러나 하준임은 2012 런던올림픽에 나선 여자대표팀에 승선하면서부터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김형실 감독은 하준임을 대표팀으로 불렀다. 그의 대표 선발과 관련해 센터 전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정대영, 양효진, 하준임으로 대표팀 센터진을 꾸렸다. 김희진(IBK 기업은행)을 라이트로 기용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김 감독은 대표팀에서 하준임을 '조커'로 잘 활용했다.
하준임도 "대표팀에서 경험은 득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 올 시즌 하준임은 센터로서 발전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경험 많은 팀 선배 장소연의 조언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하준임은 최근 속공 뿐 아니라 시간차 공격 시도 횟수도 조금씩 늘리고 있다. 그는 이날 KGC 인삼공사전에서도 시간차 공격으로 3점을 뽑아냈다. 하준임은 올 시즌 총 25경기에 출전해 46차례 시간차 공격을 시도했다. 황민경(50회)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다.
하준임에게 장소연은 멘토다. 장소연은 센터로서의 공격 기술 뿐만 아니라 블로킹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하준임은 "상대 공격수가 때리는 스파이크 위치와 볼 각도 그리고 블로킹을 할 때 손 모양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준다"고 전했다.
하준임은 26일 현재 블로킹 부문에서 세트당 평균 0.606개로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기록한 세트당 평균 블로킹 숫자인 0.430(2012-13시즌) 0.467(2011-12시즌) 0.407(2010-11시즌)과 견줘 부쩍 늘어났다.
하준임은 "장선생님은 기술적인 부분 말고도 다른 쪽에서도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KGC 인삼공사전을 앞두고 장소연은 후배들에게 '긴장하지 말고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했다. 장선생님의 이런 말은 효과가 있었다. 이날 도로공사는 KGC 인삼공사를 3-2로 꺾었다. 승점3이 아닌 2점을 얻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의미있는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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