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한가을의 꿈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김지수는 지난해 10월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잊을 수 없다. 2-2로 접전이 이어지던 연장 10회말 넥센 공격, 1사 3루 상황에서 김지수가 타석에 섰다. 그는 이날 끝내기 안타를 쳐 히어로가 됐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21번째이자 준플레이오프만 따지자면 6번째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넥센은 이틀 연속 두산에게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넥센은 두산에게 이후 내리 3경기를 패하며 큰 아쉬움 속에 '가을 야구'를 마감했다. 그렇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시즌을 보낸 넥센은 다시 201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수도 마찬가지다.
김지수는 오는 15일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는 넥센의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매년 이맘 때쯤 찾아오는 일상이지만 그에게는 특별하다. 4시즌만에 찾아온 스프링캠프 참가 기회이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후 동료들과 함께 가는 첫 미국행이라 의미는 크다.
김지수는 지난 2010년 스프링캠프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는 "당시에 원래 미국으로 캠프를 갈 예정이었으나 일본으로 장소가 바뀌었다"고 했다. 2011년과 2012년은 군 복무 때문에 캠프 참가는 남의 일이었다.
팀에 복귀한 지난해 김지수는 내심 캠프 참가를 예상했다. 그러나 애리조나행 명단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다. 자존심도 상했고 마음속에선 오기도 생겼다. 그는 퓨처스(2군) 선수단과 함께 대만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지수 개인에게는 이번 캠프 참가가 더욱 특별하다.
김지수의 올 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주전 자리를 꿰차거나 타율 3할을 기록하는 게 아니다. 그는 "백업 멤버라도 1군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얘기했다. 경기 후반 대수비 또는 대타로 나서는 것이 현재 자신의 팀내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로 2루수 서건창의 휴식시간이나 부상 공백을 보조한다. 하지만 3루수와 유격수 수비도 가능하다. 수비훈련을 할 때 세 위치에서 번갈아가며 펑고를 받는 이유다. 김지수는 휴식기 동안 동료 선수들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몸무게도 부쩍 늘었다. 프로선수가 된 뒤 몸무게가 80kg이 넘지 않았지만 이번 오프시즌에는 이 수치를 넘었다. 단순히 체중을 불려 힘만 늘린 것이 아니라 순발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김지수는 "지난해 플레이오프는 잊었다"고 했다. 올 시즌부터는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도 이제 제법 들었다. 내년이면 서른 줄에 들어간다. 더 이상은 기대주로 꼽힐 나이는 아니다.
그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한 가지를 마음속에 새겼다. 과욕을 피하는 일이다. 김지수는 지난해 이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 그는 "대만 전지훈련에서 오버워크를 했다"면서 "힘을 모두 빼다 보니 실전에서 내가 갖고 있는 기량을 보여주지도 못했다"고 돌아봤다.
최만호 코치도 김지수의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목동구장에서 자율훈련을 하고 있는 김지수에게 '오버워크는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지수는 쉬워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목표를 세웠다. 희생번트 실패와 수비에서의 실책을 줄이는 일이다. 그는 "니가 나가는 상황은 작전이 많이 걸리는 때"라며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게 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전이 아닌 백업이지만 자기 자리에 충실하려 한다. 팀 전체 전력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평소 "백업 전력이 강해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김지수는 "그래서 백업멤버라도 1군에서 계속 머무르는게 중요하다"며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배우고 느끼는 게 많다"고 했다. 2군 생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더 절실하다.
아직 백업요원이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과 화려한 조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김지수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한 계단 더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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