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6명으로 구성하고 싶죠.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마찬가지일 걸요."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팀 마운드 선발진 운영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적이 많았다. 염 감독은 "차우찬을 (6선발로) 활용하는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가 부러울 때가 가끔 있다"고도 했다.
팀 창단 이후 첫 '가을 야구'에 나섰던 넥센은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일정을 끝내고 일본으로 마무리 훈련을 다녀왔다. 염 감독이 마무리 훈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바로 마운드 정비다.
염 감독은 이미 다음 시즌 투수진 운영에 대한 구상을 끝냈다. 두 시즌 연속 선발진의 원투펀치 노릇을 했던 브랜든 나이트와 앤드류 밴헤켄과 재계약을 함으로써 이들을 중심 축으로 놓고 나머지 세 자리에 들어갈 선발 후보군을 꾸렸다.
강윤구, 문성현 외에 공익근무요원에서 소집해제된 금민철, 그리고 퓨처스(2군)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배힘찬과 장시환이 여기에 포함됐다. 강윤구는 올 시즌 염 감독이 꺼낸 선발 '1+1' 카드로 활용됐다. 여기에 문성현은 중간계투로 시작해 후반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염 감독은 "배힘찬과 장시환의 기량이 많이 늘었다"고 흐뭇해 했다. 배힘찬은 퓨처스리그에서 20경기에 출전했다. 8경기에 선발로 나왔고 4승 4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55를 기록했다.
장시환은 1군에서 두 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4.29로 1군 타자들의 매운맛을 봤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퓨처스에서 팀 투수들 중 유일하게 규정이닝(80이닝)을 채웠다. 장시환은 22경기에 출전해 6승 3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1을 나타냈다.
좌완 금민철은 지난 2009년 이현승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금민철은 2010시즌 6승 11패, 2011시즌 2승 5패를 각각 기록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되기 전 팔꿈치를 다치는 바람에 2011시즌을 조기에 마감했었다.
그는 소집해제 뒤 쉴 틈 없이 곧바로 팀에 합류했고 이번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다. 염 감독은 "(금)민철이가 로테이션에 들어가면 밴헤켄, 강윤구 등과 함께 좌완 3명이 선발진에 있게 되는 셈"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또한 염 감독은 선발 후보군에 대해 원칙 하나를 정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 선수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부진 등을 이유로 퓨처스로 내려가더라도 똑같은 보직을 맡는다. 비슷한 의미로 1군 선발진에서 구멍이 날 경우 1군 중간계투를 선발로 돌리기보다 퓨처스에서 선발 보직을 맡았던 선수가 바로 그 자리를 메우게 된다.
염 감독이 이렇게 미리 투수들의 보직을 정한 건 올 시즌 경험 때문이다. 넥센은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나이트-밴헤켄-김병현-강윤구-김영민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나이트와 밴헤켄만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고 김병현, 김영민은 들쑥날쑥한 기량을 보였다. 강윤구를 '1+1' 자원으로 활용한 데는 선발 로테이션이 흔들렸던 탓도 있다.
한편 염 감독은 2년차 시즌을 맞는 조상우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염 감독은 "(조)상우도 지켜볼 만한 선수"라며 "계투 요원으로 일단 생각하고 있지만 정규시즌에서 상황에 따라 충분히 선발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조상우는 올 시즌 후반기 1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퓨처스로 내려가지 않고 1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을 했다.
염 감독은 "상우도 마무리 훈련에서 열심히 땀을 흘렸다"며 "역시나 기대가 크다. 또한 군에서 복귀한 김대우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상우는 올 시즌 1군 출전은 5경기뿐이었지만 퓨처스에서는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았다. 20경기에 출전해 그 중 8차례 선발로 나와 3승 평균자책점 2,90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김대우는 지난 2011년 입단했고 그 해 24경기에 나와 2패를 기록했다. 상무에서 두 시즌을 보낸 뒤 전역했다.
김대우까지 포함하면 선발 마운드 세 자리를 놓고 7명의 선수들이 경합하는 모양새다. 염 감독은 "전제 조건이 있다"고 했다. 나이트와 밴헤켄이 2014시즌도 앞선 두 시즌과 같은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선수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염 감독의 마음 한 구석은 든든하다. 선수들 간 경쟁이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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