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갑오년 새해에는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한국 야구팬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이대호(32)가 오릭스에서의 성공적인 두 시즌을 마친 뒤 거액의 계약을 통해 소프트뱅크로 이적했고, 오승환(32)이 한신에 입단하며 일본 프로야구 데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한국에서의 관심,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 스타들의 비중은 2011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1년은 박찬호(은퇴)와 이승엽(삼성)이 오릭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김병현(넥센)이 공백을 깨고 라쿠텐 유니폼을 입으며 마운드에 복귀했을 때다. 임창용은 야쿠르트에서 수호신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2012년에는 새로운 얼굴이 일본 무대를 노크했다. '빅보이' 이대호가 오릭스에 입단한 것. 그러나 2012년에는 박찬호와 이승엽, 김병현이 한꺼번에 국내 무대로 복귀했고, 임창용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자취를 감췄다. 이대호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한국의 야구 팬들은 대한해협 건너편의 소식에 관심이 조금씩 무뎌졌다.
2012년, 이대호는 오릭스의 4번타자로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6리 24홈런 91타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2013년에는 타율 3할3리 24홈런 91타점으로 발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오릭스에서 성공적인 2년을 보낸 이대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소프트뱅크와 계약기간 2+1년에 보장금액 14억5천만엔(약 147억원)이라는 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2012년부터 2년 간, 이대호 홀로 일본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심을 지켰다면 2014년부터는 또 다른 한국의 슈퍼스타가 일본 무대에 등장하게 됐다. 한국 통산 최다 277세이브에 빛나는 '끝판대장'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2년간 9억엔(약 92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고 한신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 규모는 물론 현지 반응에서 오승환에 대한 한신의 기대치가 드러난다. 일본 언론들은 매일같이 오승환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야구 외적인 소식이 보도되는 것은 물론이고, 오승환에 대한 취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보까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인기 구단, 한신에 입단한 오승환에게 쏠리는 일본 내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이대호와 오승환 모두 2014년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해다. 이대호는 거액의 계약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오승환은 처음 해외 진출을 하며 뛰는 리그를 옮겼다. 두 선수에게 쏟아지는 기대치도 엄청나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의 4번타자, 오승환은 한신의 마무리를 맡는 것으로 확정돼 있다. 두 선수의 활약을 의심하는 시선도 거의 없다.
그러나 아직 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다. 지금까지는 각자의 구단, 언론에서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었을 때 조금이라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이런 분위기는 쉽게 뒤집힐 수 있다. 성공한 외국인선수 영입이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시즌 초반부터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대호와 오승환 모두 소속팀이 우승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카드다. 소프트뱅크의 아카야마 고지 감독은 "4번타자 자리가 숙제였는데 이대호를 영입해 해결했다"며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1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신 역시 오승환에게 '우승 청부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한신은 후지카와 규지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고정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오승환이 한국에서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이끈 철벽 마무리투수라는 점에서 그 기대치가 더욱 높다. 오승환 스스로도 "올 시즌 목표는 팀이 하나 돼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팬들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대호의 소프트뱅크와 오승환의 한신이 각각의 리그에서 우승해 일본시리즈에서 맞붙는 것이다. 두 팀 모두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와 최고의 소방수가 일본에서의 한바탕 한류 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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