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세계 여자 골프계에 박인비(25, KB금융그룹) 시대가 활짝 열렸다." 스포츠를 다루는 세계 주요 언론은 올 한 해를 결산하는 기사에서 박인비의 이름을 빼놓지 않는다. 여자골프계의 새로운 여제로 우뚝 선 박인비를 저마다 칭송하며 한동안 박인비 시대가 지속될 가능성을 밝게 전망했다. 2013년 여자 골프는 박인비로 시작해서 박인비로 마감한 한 해였다.
◆박인비 천하
올해 세계 여자 프로골프계를 요약하는 단어는 '박인비'였다. 올 한 해 그가 이룬 업적은 눈부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63년 만에 메이저 대회 3연승을 거뒀다. 개인 통산 네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원조 골프 여제' 박세리를 넘었다. 여기에 LPGA 투어 6승으로 한국 선수로는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경신했다.
한국 골프사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이 같은 성적을 바탕으로 박인비는 LPGA 올해의 선수상에 상금왕까지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가히 박인비로 해가 뜨고 박인비로 해가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 해였다. LPGA는 박인비에 대해 "2013년 최고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출발부터 행복했던 시즌
박인비의 올 한 해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지난 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수상하며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준 박인비는 지난 2월 시즌 첫 출전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 역전 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리고 첫 메이저대회였던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약 5년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며 단숨에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상승세를 탄 박인비는 이후 거칠 것이 없었다. 3주 뒤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우승하며 시즌 3승을 챙겼고, 6월에도 거침없는 우승 행보를 이어갔다.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LPGA 챔피언십에서 연장 혈투 끝에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어 아칸소 챔피언십 연장전에서도 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까지 석권하면서 LPGA 투어 3연승과 함께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이란 금자탑을 높고도 굳게 쌓았다.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은 LPGA 사상 63년만의 쾌거였다.
◆"내년엔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창 승승장구하던 박인비는 그러나 그랜드슬램에 대한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갑자기 리듬을 잃어버렸다.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중위권에 머무르며 상승세가 끊겼다. 심리적으로 흔들리자 주특기인 퍼팅까지 난조를 나타냈다. 시즌 막판에는 경쟁자들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거센 추격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결국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두 가지 부문 수상을 확정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시즌 6승을 올린 박인비는 2001년과 2002년 박세리가 기록한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과 함께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2년 연속 상금왕이라는 기쁨도 누렸다.
박인비는 "LPGA 투어에 훌륭한 한국 선수들이 많았고, 그만큼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올해의 선수가 없다는 점은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골프사에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영광이다. 후배들도 그 이상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동기부여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꿈같은 한 해를 보낸 그는 더 큰 목표를 그리고 있다. 모든 선수들의 꿈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박인비는 "쉽지 않겠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고 싶다.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내년에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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