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2000년대 후반부터 결성돼 계속돼 오던 세 팀의 동맹이 2013년 무너져버렸다. 두 팀이 한꺼번에 동맹에서 이탈하며 한 팀만이 외롭게 남겨졌다.
최근 몇 년 사이 하위권을 도맡았던 LG와 넥센, 그리고 한화는 이른바 '엘-넥-한 동맹'이라는 테두리에 묶여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번갈아 꼴찌를 차지(?)했던 LG와 롯데 , KIA가 결성했던 '엘-롯-기 동맹'에 이은 후속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엘-넥-한 동맹이 시작된 것은 2009년. 이후 세 팀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6~8위 사이에 집결했다. 2009년 6위 넥센, 7위 LG, 8위 한화였던 순위표가 2010년 6위 LG, 7위 넥센, 8위 한화로, 2011년에는 LG와 한화가 공동 6위, 넥센이 8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역시 넥센이 6위 LG가 7위, 한화가 8위였다.
6~8위에서만 서로 순위를 바꾸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세 팀. 자연스럽게 가을야구의 기억은 멀어져만 갔다. 지난해까지 LG는 10년, 넥센은 현대 시절을 포함해 6년, 한화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의 구경꾼 역할에 머물렀다. 그렇게 세 팀은 과거 엘-롯-기 동맹보다도 꾸준하고 선명한 동맹 구도를 만들어 나갔다.
그랬던 동맹에 2013년 큰 균열이 갔다. LG와 넥센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것. LG는 김기태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 아래 마운드의 힘을 키우며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넥센 역시 염경엽 감독이 치밀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투타 전력을 정비,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다. 그렇게 두 팀은 각각 11년만, 7년만(넥센 창단 후 처음)에 가을잔치에 초대받았다.
그러나 한화만은 제자리(?)를 지켰다. 신생팀 NC의 가세로 9구단 체제가 되면서 프로야구 사상 첫 9위 팀의 주인공이 되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썼다. '명장' 김응용 감독이 부임해 왔지만 개막 13연패를 당하는 등 현저하게 전력이 떨어져 있던 한화의 순위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2007년을 마지막으로 6년째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한화다.
그런 한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통큰 투자. 시즌 종료 후 FA 최대어였던 정근우(전 SK)와 이용규(전 KIA)를 한꺼번에 영입했다. 정근우는 4년 70억원, 이용규는 4년 67억원의 조건으로 두 선수에게 쏟아부은 금액만 무려 137억원이다. 여기에 이대수(4년 20억원), 한상훈(4년 13억원), 박정진(2년 8억원) 등 내부 FA 3인방에게도 총액 41억원을 들여 잔류시켰다. 한화가 이번 FA 시장에서 투자한 금액은 총 178억원이다.
여기에 암흑기를 맞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선수 육성의 소홀함도 씻어내기 시작했다. 한화는 그동안 프로 구단들 중 유일하게 2군 전용 훈련장이 없었다. 하지만 2012년 말 서산 훈련장이 완공하며 한화도 아기 독수리들의 요람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한화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이정훈 감독이 2군 사령탑을 맡아 유망주들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넥센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가을잔치의 단골 손님이었던 SK, 롯데가 하위권으로 주저앉았다. 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아무도 이뤄내지 못했던 기록을 마감했고, 롯데도 2007년 이후 6년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SK, 롯데의 팬들은 가슴이 아팠겠지만 다른 야구팬들은 오랜만에 식상하지 않은 포스트시즌 대진표를 구경할 수 있었다.
누군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내려와야 하는 것이 프로 스포츠의 생태다. 2013년은 LG와 넥센이 한화와의 동맹을 깨고 가을야구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팀들을 끌어내렸다. 과연 2014년에는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새롭게 동맹을 결성하는 팀들이 나올까.
◆2008~2013년 LG, 넥센, 한화 팀 순위
2008년=5위 한화, 7위 넥센, 8위 LG(6위 KIA)
2009년=6위 넥센, 7위 LG, 8위 한화
2010년=6위 LG, 7위 넥센, 8위 한화
2011년=공동 6위 LG-한화, 8위 넥센
2012년=6위 넥센, 7위 LG, 8위 한화
2013년=2위 LG, 3위 넥센, 9위 한화 (*정규시즌 기준)
201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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