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계사년 뱀의 해가 저물어간다. 수많은 기록과 스토리, 감동을 남긴 2013년 프로야구도 역사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지난 한 시즌을 돌아보면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던 스타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세월의 무상함 속에 예전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반대로 조용히 자신의 때를 기다리던 선수들이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하며 기존의 별들이 비운 자리를 대체하기도 했다. 2013 프로야구의 '업 다운 스타'를 정리해 본다.
◆"세월은 못 속여"…부진으로 오랜 명성에 흠집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많아져만 가는 나이 속에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그동안의 명성에 흠집을 남긴 스타들이 있다.
먼저 두산 베어스의 '두목곰' 김동주는(37) 올 시즌 겨우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6리(82타수 21안타) 1홈런 9타점의 성적만을 남겼다. 개막 5경기만에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기대를 모았으나 5월 중순 부상을 당한 이후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메이저리거 출신 '핵잠수함' 김병현(34)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김병현의 성적은 15경기 등판 5승4패 평균자책점 5.26(75.1이닝 44자책). 그 결과 김병현은 6억원이던 연봉이 4억원이나 삭감되며 내년 연봉으로 2억원만 받게 됐다. 4억원 삭감은 역대 최고 삭감액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국민타자' 이승엽(37)도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승엽의 성적은 타율 2할5푼3리(443타수 112안타) 13홈런 69타점. 타율, 타점, 홈런 부문 모두 데뷔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이승엽은 소속팀 삼성이 사상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성공해 마음의 짐을 다소 덜었다.
김선우(36)는 17경기에 등판해 5승6패 평균자책점 5.52의 성적을 남긴 뒤 두산을 떠났다. 시즌 종료 후 두산이 은퇴와 코치직을 제의했으나 김선우는 현역 연장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선우는 이웃집 LG 트윈스에 입단해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KIA 타이거즈 서재응(36, 5승9패 ERA 6.54)과 최희섭(34, 타율 2할5푼8리 11홈런 42타점), SK 와이번스 조인성(38, 타율 2할1푼3리 7홈런 29타점), 롯데 자이언츠 조성환(37, 타율 2할4푼 1홈런 12타점) 등도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남겼다.
◆"이젠 나를 주목해라"…새로운 스타 탄생
지는 별이 있으면 뜨는 해도 있는 법.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 플레이어들도 등장했다. 신인왕 경쟁을 벌였던 NC 다이노스의 이재학(23)과 두산 유희관(27)이 대표적이다. 신인왕 타이틀은 이재학이 차지했지만, 유희관 역시 이재학에 뒤지지 않는 성적을 보였다.
얼굴이 빨갛다고 '딸기'라는 별명을 얻은 이재학은 신생팀 NC의 선발 한 축을 든든히 지키며 10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NC의 창단 첫 1군 승리, 완봉승이 모두 이재학의 손에서 나왔다. NC 역사상 첫 10승 투수라는 영광도 이재학의 몫이었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은 최고 시속 130㎞대의 공으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공은 느렸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상대 허를 찌르는 수싸움으로 10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53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그 결과 2천600만원에 불과하던 연봉도 내년 1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LG 트윈스 류제국(30)도 빼놓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국내 무대로 유턴한 뒤 명불허전의 실력을 보여줬다. 12승2패 평균자책점 3.87의 성적을 남긴 류제국은 8할5푼7리의 높은 승률로 승률왕 타이틀도 따냈다. 팬들은 그런 그에게 '승리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NC에서는 이재학 외에도 새롭게 스타로 떠오른 선수가 더 있다. 50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김종호(29), 14홈런을 터뜨리며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은 나성범(24), 마무리 역할을 맡으며 10세이브를 올린 이민호(20) 등이다.
이들 외에도 두산의 오현택(28, 5승4패5세이브9홀드 ERA 2.70)과 윤명준(24, 4승1패4세이브7홀드 ERA 4.00), 홀드왕을 차지한 넥센 한현희(20, 5승1세이브27홀드 ERA 3.21), 데뷔 첫 3할 타율 달성에 성공한 KIA의 신종길(30, 타율 3할1푼 50타점 55득점 29도루) 등이 2013년 등장한 새로운 스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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