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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피의 사나이' 곽희주, 수원과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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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제 역할 못했다는 책임감, 팀 리빌딩 위해 떠나기로 결정

[이성필기자] "다른 선수들보다 제 겨울 휴식기가 길겠네요."

수원 삼성의 중앙 수비수 곽희주(32)는 다음달 7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로 예정되어 있던 결혼식을 1년 늦게 하는 것이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원이 우승하면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올 시즌도 수원은 정상 근처에 가지 못했다. 사실상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곽희주가 바라던 우승은 남의 일이 됐다. 더 이상 결혼식을 연기하면 2012년에 얻은 딸과 아내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오는 12월 1일 시즌 최종전을 앞둔 29일에도 그는 결혼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더 미루면 결혼 못한다. 아내에게 혼날 수 있다"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곽희주는 '푸른피의 사나이'로 불린다. 지난해 '미스터 블루'로 불렸던 골키퍼 이운재가 은퇴한 뒤 현 선수단 중 가장 오래 수원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 수원에 입단해 지난 26일 전북 현대전까지 총 284경기를 뛰었다. 명실공히 수원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4년, 2008년 수원의 정규리그 우승에 탄탄한 수비로 공헌했다.

K리그 대표 골잡이 데얀(FC서울), 이동국(전북 현대)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중앙 수비수가 곽희주였다. 데얀은 수원-서울의 '슈퍼매치'에서 곽희주 앞에만 서면 초라해졌고 이동국은 끈끈한 그의 수비에 늘 애를 먹었다.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곽희주의 수비에 이동국이 참다가 신경질을 내는 경기 동영상이 인터넷에 널리 퍼져있을 정도다.

하지만 곽희주는 이제 '수원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타이틀은 내려놓게 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수원과 계약이 만료되는 곽희주는 팀의 리빌딩을 위해 과감히 떠나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희생해야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단과는 재계약을 놓고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눴지만 서로의 의견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구단은 최선참급이지만 곽희주의 희생을 어느 정도 바랐고, 곽희주는 구단의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희생만 바라는 것에 지치고 말았다. 고민을 거듭한 곽희주는 '젊은피'를 앞세워 리빌딩을 진행 중인 구단의 사정과 갈수록 성장하는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더 나은 길을 찾기로 생각했다. 구단도 자신을 위해 할 만큼 했다는 판단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지난 전북전은 수원에서의 마지막 홈경기가 됐다.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곽희주는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이동국을 꽁꽁 묶었고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경기 뒤 그는 4천861명의 관중에게 인사했다.

곽희주는 "생각보다 관중이 적었지만 홈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매번 부상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었고 냉정하게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팀이 원하는 목표를 이뤄주지도 못했고 서정원 감독이 추구했던 스타일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아쉽지만 떠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팀을 알아봐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뛸 수 없다는 것이 곽희주의 생각이다. 그는 "K리그에서는 저를 데려갈 팀도 없고 갈 생각도 없다. 수원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정리했다. '원클럽맨'이라는 마음을 끝까지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차기 행선지는 중국, 일본, 중동 등 해외리그다. 그는 "중국이나 중동 팀을 알아보고 있다. 아마 기존 수원 선수들보다 겨울 휴식이 길 것 같다"라며 재계약과 관련해 구단과는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분명히 했다.

수원 구단 관계자도 "팀에 오래 기여해온 선수를 내치는 일은 없다"라면서도 "선택은 선수의 몫이다. 재계약을 원하면 할 것이고 해외 이적을 원한다면 그대로 해주겠다"라며 공을 곽희주에게 넘겼다.

만약 팬들이 그와의 이별을 반대한다면 어떻게 할까. 이미 수원 팬들은 "곽희주는 꼭 지켜 달라"라며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이별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 마음을 알고 있는 곽희주도 "팬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고 죄송한 일인 것도 알고 있지만 이해를 구하고 싶다. 더 나은 후배들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떠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년에 리빌딩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떠난 공백은 잊혀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다음달 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최종전은 수원 유니폼을 입은 곽희주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경기가 될 전망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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