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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만 태운 울산의 90분, 우승 전선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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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로 부산에 패하며 포항과 최종전이 '결승전' 돼

[이성필기자] "오늘이 진짜 결승전이에요."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은 2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9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이날 승리하면 남은 포항 스틸러스와의 시즌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2005년 이후 8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하던 김 감독은 발목 부기가 빠지지 않아 애를 먹었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선발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이날 낮경기로 열린 포항-서울전에서 2위 포항이 서울을 3-1로 꺾고 승점 71점이 됐다. 부산전 이전까지 울산의 승점은 73점이었다. 이기면 그대로 울산의 우승이 확정되지만 지면 승점 2점 차로 좁혀진다. 결국 최종전에서 울산이 포항에 역전 우승을 내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김 감독은 포항전 낮경기 중계를 시청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은 봤을지 모르겠지만 난 보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경기만 하면 된다. 다른 팀 결과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부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의 고민이 깊었다. 왼쪽 날개 한상운이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김신욱의 몸상태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 감독도 선수들에게는 "차분하게 경기를 치르자"라고 간단한 한마디만 던졌다.

오히려 내년 챔피언스리그 구상을 묻자 "그건 지금 내 머리 속에 없다. 오늘만 생각하고 있다"라며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울산 프런트도 김 감독과 같은 고민이었다. 다음달 1일 포항과의 홈 최종전에서 우승을 결정해도 문제는 없지만 부산에서 확실히 끝내고 편한 마음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우승 확정시를 대비해 기념 현수막도 공수해왔다.

이렇게 울산의 우승 자축 준비를 바라보는 부산의 마음은 보이지 않은 불편함으로 가득했다.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지켜보는 것은 싫은 일. 윤성효 부산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 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라며 홈에서 울산에 우승을 내주는 장면을 연출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과는 부산의 생각대로였다. 부산이 2-1로 역전 승리를 거두면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냈다. 무난해 보였던 우승 전선에 먹구름이 낀 울산은 이제 홈에서 포항을 잡고 스스로 우승을 해결지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김호곤 감독과 울산이 한 번 더, '진짜 결승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조이뉴스24 부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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