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FC서울의 간판 공격수 데얀이 K리그 최초 3년 연속 득점왕을 향해 막판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데얀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부산 아이파크와의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서울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부산전 2골로 데얀의 올 시즌 골수는 17골이 됐다. 득점 1위 울산 현대 김신욱(19골)과의 격차를 2골로 좁혔다. 앞으로 2경기 남아 있다. 데얀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김신욱을 따라잡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올 시즌 득점왕 경쟁은 다소 밋밋했다. 김신욱의 독주로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데얀의 막바지 추격이 득점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데얀이 마지막까지 득점왕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K리그의 새 역사, 3년 연속 득점왕을 향해 달려가는 데얀의 도전이 아름답다.
그리고 데얀의 아름다운 모습은 또 있었다. 데얀의 골 장면보다, 득점왕에 대한 도전정신보다 더욱 아름다운 모습, 바로 '동료애'였다. 데얀은 친구를 살리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뛰었다. 골을 넣기 위한 집념보다 더욱 강한 집념을 보였다. 동료, 몰리나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서울-부산전이 시작된 직후인 전반 2분. 몰리나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공중볼을 다투다 부산 수비수와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며 그대로 그라운드에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 위급한 상황이었다. 응급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데얀이 가장 먼저 발견했다. 그리고 위급한 상황을 벤치에 가장 먼저 알렸다.
골을 넣을 때의 데얀의 모습보다 더욱 강렬한 동작이었다.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데얀은 소리치고 손짓했다. 위급한 상황을 알리려는 그의 몸짓에는 몰리나를 향한 진심과 분초를 다투는 상황의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데얀은 "몰리나가 부상을 당하고 넘어지는 순간 내가 가장 앞에서 봤다. 몰리나가 의식이 없는 것을 봤다. 심각했다. 너무나 두려웠다. 응급처치를 잘 해야 큰 부상을 막을 수 있다. 다행히 팀 닥터와 선수들이 응급처치를 잘해 큰 문제가 없었다. 6년 동안 서울에 있으면서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다"며 당시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경기가 속개된 후 전반 25분, 데얀은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데얀은 몰리나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몰리나를 꼭 껴안았다. 몰리나를 위한 골 세리머니였다. 크게 다치지 않은 몰리나에게 감사함을 나타냈다. 그래서 그에게 바치는 세리머니였다.
데얀은 "골을 넣고 나서 몰리나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몰리나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몰리나는 서울 선수들 모두가 의지하는 팀원이다. 축구를 떠나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다. 걱정을 많이 했다"며 감동 골 세리머니를 펼친 이유를 밝혔다.
몰리나를 살리기 위한 데얀의 희생 플레이는 데얀의 골보다 더욱 멋지고 감동적이었다. K리그를 수 놓았던 데얀+몰리나, '데몰리션의 플레이'가 다시 한 번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했다.
데얀 뿐만이 아니었다. 의식을 잃은 몰리나의 혀가 말리는 것을 보고 혀를 잡고 있었던 김진규, 다급하게 앰뷸런스를 외치던 고명진 등 서울 선수들, 몰리나가 쓰러진 곳까지 직접 뛰어가 몰리나의 상태를 걱정스럽게 지켜본 최용수 감독, 몰리나의 안전을 염원하며 이름을 외친 팬들. 서울 선수단과 팬들은 뜨거운 동료애를 보였다.
상대팀 부산도 마찬가지였다. 호흡이 막히지 않도록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끝까지 몰리나를 잡고 있었던 부산의 이정호, 몰리나가 쓰러지자 가장 먼저 달려온 부산의 트레이너, 몰리나의 얼굴을 다독이며 끝까지 걱정의 끈을 놓지 않은 윤성효 부산 감독, 그리고 몰리나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라고 행동해준 부산 팬들까지 부산 선수단에서 보여준 행동들도 감동 그 자체였다.
몰리나와 같은 상황이 그라운드에서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몰리나의 기절로 인해 K리그는 다시 한 번 감동으로 일어섰다. 유니폼 색깔은 다르더라도 그들은 동업자라는 것, 그들은 한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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