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원톱 김신욱(울산 현대)의 최종 검증은 45분 만으로 충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일 새벽(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자빌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 내용에도 아쉽게 1-2로 역전패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지난 15일 스위스전에서 선발로 내세웠던 선수 구성에 일부 변화를 줬다. 좌우 풀백 신광훈(포항 스틸러스)-박주호(마인츠05)와 중앙 미드필더 박종우(부산 아이파크), 처진 공격수 이근호(상주 상무)를 새롭게 선발로 투입됐다.
변화된 선발 진용이었지만 역시 196㎝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플레이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신욱은 스위스전에서 활발하고 이타적인 플레이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주변 동료에게 적절한 패스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공중불뿐 아니라 발밑 플레이를 능숙하게 해내며 달라진 김신욱의 모습을 보여줬다.
러시아전에서도 그대로 선발 원톱으로 나선 김신욱은 시작부터 러시아 수비를 몰고 다니며 골 기회를 노렸다. 공간을 장악하며 자리 잡기에 주력했고 전반 6분 멋진 선제골을 넣었다. 기성용의 코너킥이 손흥민의 머리를 맞고 골문 앞으로 향하자 러시아의 드미트리 타라소프가 헤딩으로 차단했다. 이 볼이 앞에 있던 김신욱 쪽으로 갔고, 이를 놓치지 않은 김신욱이 재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오랜만에 맛보는 골이었다. 김신욱은 지난 2012년 6월 8일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대표팀 데뷔골을 넣었다.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지만 골이 없었는데, 이날 러시아전에서 드디어 골망을 흔들었다. 22번째 A매치 만에 2호골을 신고했다.
골을 넣은 뒤의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 정복 과정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근호(상주 상무)와는 상당히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17분에는 후방에서 한 번에 연결된 볼을 머리로 연결해 이근호의 슈팅에 도움을 줬다. 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신장을 충분히 활용한 장면이었다. 1분 뒤에도 기성용의 슈팅에 머리로 정확한 패스를 전달했다.
김신욱은 패스 외에도 좋은 움직임으로 동료의 슈팅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33분 기성용의 중거리 슈팅 때에는 좌우로 넓게 움직이며 러시아 수비를 끌고 나왔다. 정적이지 않은 폭넓은 움직임이 만든 결과였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상대 패스의 전개를 막는 등 원톱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신욱을 빼고 남태희를 교체 투입했다. 장거리 비행에 시차, 건조한 기후 가운데서도 제몫을 해낸 김신욱이기게 전반 활약만으로도 충분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신욱에게는 성공적인 A매치 2연전이었다.
후반 김신욱이 없는 가운데 한국은 공격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해 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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