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호의 각 포지션별 경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주전 요원은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 말리전과 이번달 15일 스위스전을 통해 수비라인과 공격 진영의 틀이 잡혀가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안정지향적인 경기력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체 진용의 척추라 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드 구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홍 감독은 기성용(선덜랜드)-박종우(부산 아이파크) 중앙 미드필드 라인을 구축해 동메달을 목에 거는 성과를 이뤘다.
홍 감독은 A대표팀을 맡은 이후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하대성(FC서울), 이명주(포항 스틸러스) 등 국내파들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했던 홍 감독은 기성용이 SNS 파문을 딛고 대표팀에 돌아오자 그를 중용했다. 기성용은 사죄의 의미를 더해 죽을 힘을 다해 뛰었고, 중원 플레이에서의 안정감을 과시했다.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까지 훌륭하게 보여주며 절대적인 존재임을 증명했다.
기성용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공수 조율 능력과 볼 소유, 패스, 그리고 세트피스에서의 킥력이다. 그의 이런 장점 발휘를 위해서는 파트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성용이 중원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사이 파트너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앙에서 상대 패스 전개를 차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일단 무게추는 한국영(쇼난 벨마레)에게 기울어져 있다.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빠지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기성용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한국영은 왕성한 활동량과 거침없는 태클 등으로 기성용을 편하게 움직이도록 해줬다.
그렇지만 대안을 발굴해놓는 것도 필요하다. 홍 감독은 앞선 스위스전에서 중앙 수비수 요원인 장현수(FC도쿄)를 중앙 미드필드로 투입했다. 기성용과의 첫 호흡치고는 나쁘지 않았지만 스위스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는 애를 먹었다. 중원에서 미리 차단하지 못해 두 차례 스위스의 역습을 허용했고 골이나 다름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19일 밤 한국이 만나는 러시아전에서도 중앙 미드필드의 역할은 역시 중요하다. 러시아는 2014 브라질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포르투갈을 밀어내고 조1위로 본선 티켓을 받았다. 빠른 역습이 특히 일품이다. 이찌 보면 한국의 경기 스타일과도 비슷하다. 당연히 중원 싸움에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기성용과 파트너가 1차 저지선 역할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갈릴 수 있다.
러시아는 로만 시로코프, 빅토르 파이즐란(이상 제니트)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간다. 유럽 예선에서 4골을 넣은 측면 공격수 알렉산더 코코린(디나모 모스크바)의 측면 침투 무기까지 갖추고 있다. 원정으로 인한 시차와 피로 극복이라는 열악함을 안고 나서는 홍명보호 중원에는 아주 좋은 시험 무대다.
분위기로는 박종우나 고명진(FC서울)의 출전이 유력하다. 특히 박종우에게 무게가 실린다. 기성용의 특징을 잘 알고 있고 킥 능력이나 공간 장악 능력도 뛰어나다. 원 포지션이라는 익숙함까지 있다. 한국영에게 밀린 것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홍명보호에 첫 발탁된 고명진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고명진은 올 시즌 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과 리그 상위권 유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일찌감치 국가대표급 요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얼마나 많은 출전 시간을 얻을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라운드에 나서면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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