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묘한 감정이 교차했을 법도 했지만 그는 프로였다.
손흥민(21, 함부르크)이 10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3~2014 분데스리가 12라운드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전반 9분 ,17분과 후반 10분 잇따라 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해냈다. 후반 27분에는 슈테판 키슬링의 골에 도움까지 보태 3골 1도움으로 레버쿠젠의 5-3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한국인으로는 최초의 유럽 빅리그 해트트릭이다. 설기현(인천 유나이티드)이 유럽 중소리그인 벨기에 주필러리그 안더레흐트 시절 컵대회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빅리그의 정규시즌 경기에서는 손흥민이 최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절묘한 타이밍에서 골이 폭발했다. 프라이부르크와의 정규리그 개막전 골 이후 10경기 동안이나 침묵하며 초조했다. 함부르크전을 앞두고 독일 언론에서는 손흥민을 두고 "레버쿠젠의 조급한 공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수"라며 혹평까지 했기에 그로서는 더 많은 노력으로 뭔가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뛰었던 친정팀 함부르크가 부진 탈출의 상대였다. 함부르크는 손흥민을 떠나보낸 후 올 시즌 14위로 부진한 상황이다. 옛정을 생각하면 손흥민이 냉정한 플레이를 하기가 힘들 수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프로 선수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해트트릭을 해낸 뒤 레버쿠젠 홈팬들 앞에서 마음껏 기뻐했다. 오랜 골가뭄을 폭풍골로 벗어났으니 그럴 만했다.
당연히 감격이 크고 또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홈페이지를 통해 "너무나 행복하다. 고마운 마음이 있는 함부르크와의 경기는 내게도 정말 특별했다"라며 "승리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계속 이길 것이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도 이날 경기를 되짚으면서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친정팀을 상대하며 날카로운 경기력을 보여줬다'라는 호평이 곁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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