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승을 눈앞에 둔 지난 25일 대구구장. 연장 13회말 마운드에 오른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3회초 오재일의 솔로홈런 등으로 4점을 뽑아 두산이 5-1로 앞선 상황.
승리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팀의 7번째 투수로 등판한 그는 선두 이지영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고 정현과 배영섭, 정형식을 내리 범타처리한 뒤 경기를 끝냈다. 환호하는 두산 선수들 속에서 등번호 32번 김선우는 가볍게 미소만 지었다. 흥분할 법도 하건만 그는 무척 침착했다.
이번 가을 김선우의 역할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구원으로만 4차례 등판해 2.1이닝 3안타 볼넷2개로 무실점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서 각각 1차례씩 공을 던졌다. 주로 경기 후반 주자가 있을 때 등판해 땅볼타구를 유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김선우의 존재감은 더 돋보인다. 큰 경기에 나서는 후배들을 위해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선수들을 챙긴다.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여유를 찾게 해주는 게 그의 몫이다. 투수조에서 후배들이 가장 믿고 따르는 선수 답다는 평가다.
김선우의 성품을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선우는 김진욱 두산 감독을 갑자기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그는 "저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줄 압니다. 선발로테이션에서 절 제외해도 좋습니다. 팀이 필요하면 구원투수든 뭐든 할 수 있습니다. 고민하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이 얘기를 들은 김 감독은 "참 고마웠다. 세상에 그런 선수가 또 있나 싶었다. 어떤 프로 선수가 요구하지도 않는데 나서서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나"며 대견스러워했다.
이런저런 부상에 시달린 올 시즌 김선우는 17경기에서 5승6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했다. 4월 4경기서 평균자책점 2.92로 수준급 피칭을 펄쳤지만 이후 좋지 않은 몸상태가 발목을 잡았다. 그의 이름값에 비춰보면 기대에 못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그의 위치를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팀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시즌 중반 김선우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올해는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 그간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게 몇 번인가. 이제는 할 때가 됐고 할 수 있다고 본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우승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까지 이제 2승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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