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또 손흥민(레버쿠젠)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소속 선수 중 유럽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다. 대부분 유럽파들은 소속팀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 반면 손흥민은 레버쿠젠의 붙박이 주전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독일에서도 인정한 손흥민. 그런데 한국 대표팀에서는 선발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다. 축구팬들은 유럽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하는 선수를 왜 한국 대표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에 손흥민만한 공격수가 또 있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란은 전임 대표팀 감독이었던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부터 시작됐다. 손흥민이 독일에서의 활약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논란도 커졌다. 당시 최 감독은 이동국을 신임하며 원톱을 주로 맡겼고 손흥민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자 축구팬들은 손흥민을 기용하지 않는 최 감독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최 감독이 물러나고 홍명보 신임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12일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손흥민은 선발 제외됐다. 최강 팀 브라질을 상대로 치르는 경기에 선발로 나선 이들이 홍 감독 머릿속에 있는 최상의 멤버라 볼 수 있다. 그 속에 손흥민은 없었다. 손흥민은 후반 19분 구자철과 교체돼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조커로 활용된 것이다.
손흥민이 브라질전 선발에서 제외되자 똑같은 논란이 반복됐다. 왜 또 손흥민을 쓰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흥민만한 공격수가 어디 있냐고, 독일 분데스라가에서 인정받는 공격수를 쓰지 않는다고 홍 감독을 향해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손흥민은 박지성이 아니다. 즉 전성기 박지성처럼 팀 전술의 중심, 박지성과 같은 영향력을 뽐내는 절대적인 선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박지성과 같은 존재감을 가진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니 안 쓰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을 쓰고 안 쓰고는 상대, 상황,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일부 팬들은 손흥민을 마치 메시와 같은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손흥민이 선발로 나서면 한국대표팀 공격진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검증을 받았는지 몰라도 한국 대표팀에서는 아직 완벽한 검증을 받지 못했다. 소속팀 활약과 대표팀 활약을 다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손흥민은 그랬다.
지금껏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은 냉철하게 말해 선발을 보장 받을 만큼 빼어나지는 않았다. 최 감독 시절에도 논란 끝에 선발로 나섰지만 손흥민이 확실하게 보여준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손흥민이 먼저 해야 할 일은 홍명보 감독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다. 홍 감독에 확신을 안겨줘야 한다. 짧은 출전 시간이 핑계가 될 수 없다. 대표팀에 온 모든 선수들이 처음부터 선발을 보장 받지 않는다. 주어진 기회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뽐냈기에 다음 경기 선발 출전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박지성도 마찬가지였다. 박지성도 처음부터 대표팀 선발 멤버는 아니었다. 손흥민도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의 진가를 인정 받아야 한다.
해외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전술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완벽한 선수, 브라질의 호나우두처럼 그 자체가 전술인 선수, 메시와 호날두처럼 팀을 지배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선수 등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가 아니라면 감독의 전술에 맞게, 감독의 철학에 녹아들어야 선발로 나설 수 있다.
선수 출전 여부는 감독의 절대 권한이다.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 신뢰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있다. 아무리 빼어난 선수라도 감독이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는다면 쓰지 않는 것이 맞다. 선발보다는 조커로 활용 가치가 더 높다고 감독이 생각한다면 그렇게 기용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감독의 컬러다. 그 컬러를 내기 위해 감독이 있는 것이다. 소속팀 활약과 기록 순위대로 나열해 대표팀 선발진을 구성할 거라면 감독이 왜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홍 감독은 손흥민의 활용법을 고민하고 출전 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이다.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손흥민의 선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홍 감독의 눈에는 손흥민이 아직 여물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전술과 철학에는 아직 손흥민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기에 현 시점에서 손흥민을 선발로 출전시키지 않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다.
홍 감독은 브라질전을 치른 후, 또 말리와의 평가전(15일)을 앞두고 "대표팀이 손흥민만을 위한 팀이 아니다. 잘하고 있어 기회를 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은 전략적으로 흥민이가 경기에 나가서 잘 할 수 있는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무조건 출장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내가 선수, 지도자 시절에도 무조건 출장시간이 보장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확고한 입장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박지성이 아니다. 절대적인 선수가 아니다. 팀 내 경쟁을 치러야 하는 대표팀 자원 중 한 명일 뿐이다. 손흥민이 선발로 나서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다.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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