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구단 창단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FC서울은 K리그 클래식에서도 순항중이다. 1위 울산 현대(55점)와의 승점 차를 5점 내외로 유지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를 치르기 전까지 서울은 승점 50점으로 4위를 기록중이었다. 연승 한 번이면 순식간에 순위가 뒤바뀐다. 서울 입장에서는 충분히 선두권과의 격차를 줄이면서 더블(정규리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서울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에스테그랄(이란)과 2-2로 비기며 1, 2차전 합계 4-2로 결승에 올랐다. 오는 26일 홈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결승 1차전을 치른다.
그 전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날 인천과의 '경인 더비'를 비롯해 9일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 등 빅매치가 잇따라 기다리고 있다. A매치 휴식기 후 20일에는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때문에 뒤로 미뤄뒀던 울산 현대와의 경기를 치른다. 선두권 경쟁을 위해서는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경기들이다.
특히 인천-수원전이 그렇다. 순위 경쟁팀들이 도망가지 못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서울 역시 매 경기 승점을 따놓고 봐야한다. 그런데 최용수 감독은 이날 인천전에 주전 공격수 데얀을 내보내지 않았다. 알고보니 데얀에게 휴가를 준 것이다. 테헤란에서 에스테그랄과 경기를 한 후 곧장 고국 몬테네그로로 보냈다. 데얀 없이 이번 인천, 수원전을 치러야 한다.
시즌 중 중요한 시기에 데얀에게 휴가를 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피로를 회복하고, 곧이어 열리는 월드컵 예선에서 조국 몬테네그로의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에 기여하라는 것이다. 또, 부상을 방지해 리그 막판 잘 활용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최용수 감독은 "당초에는 인천전까지 뛰게 하고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합류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몬테네그로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더라.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하다 부상을 입은 사례가 있어 (이란에서 바로) 몬테네그로로 보냈다"라고 말했다.
데얀은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에 대표로 출전해 경기를 치른 뒤 팀에 복귀했다가 왼쪽 종아리 인대 부분 파열 부상으로 5경기를 결장했다. 서울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던 상황이라 데얀의 부상은 더욱 뼈아팠다
당시의 기억이 생생한 최 감독은 "이번 두 경기를 잡으면 순위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만 나중을 생각해야 한다. 많은 경기가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며 큰 그림을 그린 뒤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몬테네그로는 유럽 예선 H조에서 4승3무1패(15점)로 3위를 기록 중이다. 1위 잉글랜드(16점)와는 불과 1점 차이다. 2위 우크라이나(15점)에 골득실에서 뒤져있을 뿐이다. 오는 12일 잉글랜드(원정)전은 사실상 본선 직행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경기다.
16일 몰도바전도 남아 있지만 잉글랜드전을 이기면 1위로 직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럽 예선은 1위 9개 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승점이 좋은 2위 8팀이 플레이오프로 본선 진출을 가린다.
데얀은 홈에서 열린 잉글랜드전에서 골맛을 보며 몬테네그로의 1-1 무승부에 기여한 기억이 있다. 몰도바는 원정에서 몬테네그로가 3-0으로 쉽게 요리해 잉글랜드전이 상당히 중요한 경기가 됐다. 데얀은 유럽 예선에서 7경기 출전해 3골을 터뜨리고 있다.
최 감독은 "본인도 흡족해 한다. 가족과 만나서 피로도 풀고 얼마나 좋으냐"라고 정신적인 충전이 충분히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몬테네그로가 월드컵 본선에 나가느냐 마느냐의 상황이다. 혹시 또 아는가, 잉글랜드전에서 잘해서 유럽 명문팀에 갈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웃었다.
데얀이 빠지는 동안 서울의 대안은 김현성, 박희성 등 후보 요원들이다. 최 감독은 "이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것도 남은 경기를 대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새 얼굴 발굴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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