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예고된 상황이 찾아왔다.
K리그 챌린지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줄곧 1위를 달려오던 경찰축구단이 지난달 28일 14명의 선수가 대거 전역하면서 16명으로 줄었다.
전역자들의 면면은 화려함 그 자체다. 염기훈(수원 삼성, 7골 11도움), 김영후(강원FC, 10골 3도움), 배기종(제주 유나이티드, 3골 4도움), 양동현(부산 아이파크, 11골 4도움) 등 공격을 책임졌던 이들이 대거 떠났다.
경찰단은 26라운드까지 챌린지에서 49골을 터뜨리며 득점 1위와 함께 리그 1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경기서 상주 상무에 0-2로 패하면서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 승점 차도 2점(경찰단 55점, 상주 53점)에 불과해 상주가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상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요구하는 선수단 법인화를 완료해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반면 경찰단은 연고지도 정하지 못해 시즌 내내 원정을 다녔다. 법인화의 길도 멀고 쉽지도 않다. 때문에 상주 상무가 역전 1위를 바라보는 현재의 상황이 차라리 잘됐다는 축구계 여론이 크다. 시즌 종료 후 클래식 12위 팀과 챌린지 1위 팀간 승강 여부를 가리는 플레이오프가 무산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챌린지의 질 하락과 행정 난맥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클래식, 챌린지 소속 구단에 선수를 최소 20명을 보유할 것을 주문했지만 경찰단은 선수들의 대거 전역으로 이에 미달된다. 선발 11명에 벤치 멤버 7명 등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한 최소 18명이라도 구성해야 한다.
프로연맹은 경찰단의 선수 모집은 구단 고유의 권한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며 예외 규정으로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처지의 상주 상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상주의 경우 매년 제대 철이면 반토막 나는 스쿼드를 방지하기 위해 추가 선수 모집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구단과 연맹, 국군체육부대의 상급기관인 국방부 모두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였다. 현재 43명의 선수단으로 구성된 상주는 오는 11월 12일 20명이 한꺼번에 전역하지만 23명이 남는다. 포지션별 선수 구성에 문제가 없다. 시즌 종료 3경기를 남겨놓고 전역해 순위 경쟁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경찰단도 충분히 이와 같은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지만 시간만 흘려보냈다. 경찰단은 지난 시즌까지 프로 2군리그인 R리그에서 뛰었다. R리그의 시즌 종료가 10월이라 전역 시기도 그에 맞춰졌다. 시즌 초반 조동현 감독에게 상주의 사례를 전해주자 "프로연맹과 경찰청이 협조를 잘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 감독은 "만약 시즌 중 선수를 모집하면 각 구단에서 우수 자원을 내줄지 미지수다. 상주와의 선수 수급 경쟁도 해야 한다"라며 고민을 토로했지만 벌써 시즌 말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도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질높은 리그 운영을 위해 양측이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다. 부상 및 경고 누적자로 인해 결장자라도 나온다면 11명 선발출전 구성마저 어려워지는 우스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쨌든 제도의 맹점이 노출된 가운데 챌린지 순위 판도도 시시각각 달라질 전망이다. 상주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3위 광주FC(38점)와 4위 FC안양(36점) 등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9경기가 남아 추격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상주와 광주의 승점 차는 1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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