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서울이 이른바 '침대축구'의 대명사인 중동 클럽에 누울 시간을 주지 않았다.
서울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44분 데얀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1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긴 서울은 2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면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승리가 가장 좋은 해답이지만 비기려면 무득점을 해내야 했다. 유리하면서도 은근히 불리했다.
알 아흘리는 한 골만 넣으면 됐다. 역대 중동팀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를 상대할 때 골을 넣으면 무조건 그라운드에 드러누우며 시간 지연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울산 현대와 결승에서 겨뤄 준우승을 했던 알 아흘리는 토너먼트 과정에서 제대로 누워 시간끌기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당연히 서울이 4강에 가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했다. 물론 수비만 잘 된다면 골이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최용수 감독은 이를 간파하고 수비를 두껍게 구축했다. 플렛4와 앞선의 고명진, 하대성으로 구성된 미드필드진의 간격을 좁혀 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 애썼다. 좌우 날개 윤일록과 고요한도 수비에 가담하며 알 아흘리의 조급함을 유도했다. 공중볼은 신장의 우세로 걷어냈고 위험지역 근처에서의 파울도 최대한 자제했다.
공격시에는 빠른 패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또, 김용대가 재치있게 롱킥으로 슈팅 기회를 제조하는 등 짧고 굵은 공격으로 알 아흘리의 체력을 뺐다. 알 아흘리는 볼을 돌리며 공격 기회를 엿보다 자주 서울에 볼을 뺏겼다.
데얀의 골 과정도 그랬다. 중앙선 부근에서 알 아흘리가 볼을 잡으며 머뭇거리자 곧바로 압박해 볼을 뺏은 뒤 데얀에게 패스를 연결해 결승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망연자실한 알 아흘리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서울은 기쁨으로 마무리했지만 알 아흘리는 뚜렷한 이유 없이 심판진에게 격렬히 항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에 1만8천94명 관중의 야유가 울려퍼젔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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