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미드필드, 크로아티아 압박에 실종

[이성필기자] "상대의 압박에도 패스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1-2로 완패했다. 홍명보호 출범 후 가장 경기력이 좋았던 팀답게 제대로 된 평가전이었다.

이날 홍감독은 김보경(카디프시티)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박종우(부산 아이파크),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을 중앙 미드필더로 넣는 실험을 했다. 김보경과 구자철이 소속팀에서 뛰는 포지션에 넣어 시너지 효과를 찾으려는 의도였다.

기대감은 컸다. 사실상 중원의 리더인 기성용(선덜랜드)이 부재한 상황에서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한 홍 감독의 전략이었다.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 구자철은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볼을 잘라내는 등 투지를 보여줬다. 박종우도 상대와의 경합에서 이겨내려 애썼다.

그러나 홍 감독의 의도와 달리 이들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크로아티아의 압박에 종패스가 아닌 횡패스로 경기 템포를 떨어뜨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패스가 쉽게 연결되지 않으니 공격 전개가 될리 없었다. 원톱 조동건(수원 삼성)이 고립되는 것은 당연했다.

이들이 묶이니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곽태휘(알 샤밥) 두 중앙 수비수가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했다. 롱패스가 나올 경우 신장이 낮은 공격진은 볼을 소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오히려 상대가 볼을 잘라낸 뒤 역습으로 활용되는 단점을 낳고 말았다. 사실상 미드필드가 실종된 것이다.

후반 조동건이 빠지고 구자철이 원톱으로 전진하고 나서야 여유가 생겼다. 한국영(쇼난 벨마레)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해내고 박종우가 패스를 연결하면서 서서히 공격이 풀려갔다. 패스가 나오니 위협적인 공격도 연출됐다. 정확도가 떨어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기를 관전한 KBSN스포츠 김대길 해설위원은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해서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하지 말란 법은 없다. 상대가 압박을 하더라도 전방으로 패스를 할 줄 알아야 한다"라며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