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길게 잡아 100구 정도 던지게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이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좌완 투수 오재영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오재영은 앞선 선발 등판이던 지난 22일 목동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무자책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7년 만에 다시 선 선발 마운드에서 오재영은 감격적인 승리를 따냈다.
당시 오재영은 1회에만 조금 흔들렸을 뿐 나머지 4이닝 동안 NC 타자를 완벽하게 막았다. 투구수도 76개로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
이런 이유로 염 감독은 이날 LG전 선발로 나서는 오재영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오재영도 경기가 시작되자 벤치의 기대에 걸맞게 힘차게 공을 뿌렸다. LG 타자들을 상대로 4이닝 동안 퍼펙트 피칭을 했다. 볼넷과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타자를 윽박질러 삼진을 잡는 파워피처가 아닌 오재영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적절한 완급조절을 바탕으로 영리한 투구를 했다. LG 타자들은 땅볼이나 플라이볼로 연신 물러났다.
그러나 4회까지 잘 막았던 오재영이 5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넥센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5회말 선두타자 정성훈이 이날 LG의 첫 안타를 오재영으로부터 뽑았다. 이어 이병규(9번)가 초구에 배트를 돌려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빠지는 2루타를 쳤고 정성훈은 단번에 홈을 밟았다. LG가 1-2로 따라붙는 순간이었다.
오재영은 다음 타자 정의윤이 번트 실패로 포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병규(7번)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고 이어 손주인에게 안타를 맞아 1사 만루로 몰렸다.
오재영은 그 다음 타자 윤요섭과 승부에서 1볼 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넥센 벤치는 3-2로 경기가 뒤집히자 투수 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좌완 강윤구가 오재영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오재영은 이날 4.1이닝 동안 61구를 던지면서 3실점(3자책점)했다. 5회 찾아온 첫 번째 고비를 못넘긴 것이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오는 원인이 됐다.
1회부터 4회까지 보여준 피칭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5회 집중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한 부분이 뼈아팠다. 그래도 오재영은 승패를 떠나 막바지 순위 싸움에서 넥센 마운드에 힘을 보탤 수 있음을 다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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