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담대함…류현진, 패전에도 빛난 '두 가지'

[정명의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 LA 다저스)이 패전투수가 됐음에도 자신이 왜 좋은 투수인지는 확실하게 보여줬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로써 류현진은 지난 20일 마이애미전에 이어 2연패를 기록,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연패를 경험했다.

1회초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이 패전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선두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지만 2번 빅토리노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페드로이아, 나폴리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선취점을 뺏겼다. 계속되는 1사 1,2루에서는 곰스에게 좌중월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1회에만 31개의 공을 던지며 4실점한 류현진은 5회말 공격에서 대타 닉 푼토와 교체되며 자신의 임무를 끝마쳤다. 2회부터 5회까지 실점이 없었다는 점이 1회초 대량실점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바꿔 말해, 추가실점이 없었다는 점이 류현진의 진가를 보여준다. 1회초 대량실점을 하고도 곧바로 구위를 가다듬은 것. 비록 다저스가 2-4로 패하긴 했지만, 류현진이 1회 이후를 실점없이 넘겨준 덕분에 다저스는 경기 막판 추격이 가능했다.

비록 퀄리티스타트에는 실패했지만 선발투수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인 5이닝을 버텨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올 시즌 류현진은 25번의 선발 등판에서 한 번도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한 적이 없다. 그만큼 불펜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 팀에는 든든한 존재다.

이날 역시 5회까지 투구수가 89개에 불과해 1이닝 정도는 더 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팀이 0-4로 뒤지며 점수가 필요한 상황이라 타석이 돌아왔을 때 대타와 교체됐다.

1회초 대량실점을 할 경우, 투수라면 누구나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류현진은 곰스에게 3점포를 허용한 뒤 곧바로 드류, 미들브룩스를 연속해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강한 정신력과 담대함을 과시했다.

류현진의 담대함은 곰스와의 다음 승부에서도 잘 나타났다. 류현진이 곰스에게 홈런을 맞은 구질은 포심 패스트볼. 시속 145㎞짜리의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홈런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3회초 다시 만난 곰스와의 승부에서 146㎞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또 던져 이번에는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3회초 류현진이 곰스에게 던진 7구 중 5개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이는 류현진이 앞선 타석에서 맞은 홈런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홈런을 맞았던 구질로 오히려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 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묵묵히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류현진이 패전 속에서도 빛났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