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괴물투수' 류현진(26, LA 다저스)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그러나 가을잔치와의 인연은 그리 깊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 시절 류현진은 꼴찌 팀의 소년 가장이었다. 신인이던 2006년과 그 이듬해 2007년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5년간 류현진은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 사이 한화는 세 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류현진은 최고였지만, 팀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올 시즌은 다르다.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12일(한국시간) 현재 67승50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애리조나와의 승차가 7.5경기까지 벌여져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태다.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처지는 등 고전했으나 부상병들이 복귀하면서 무시무시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만약 올 시즌 다저스가 포스트시즌 진출한다면 류현진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가을잔치를 경험하는 선수가 된다.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는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등 세 명. 세 선수 모두 신인 시절에는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지 못했다.
이미 류현진은 한국인 메이저리그 새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데뷔 첫 해 10승 고지를 밟은 것. 최근 다저스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데뷔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다저스의 상승세에는 꾸준히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해내고 있는 류현진의 역할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다저스는 지난 2009년 이후 4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올 시즌을 앞두고 거액을 들여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한 것이 지구 선두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다저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만 한다면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에 이어 3선발 정도의 위치에 있는 류현진에게는 등판 기회가 주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지난 1996년 다저스 소속이던 박찬호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이 되고도 팀이 디비전시리즈에서 애틀랜타에 3연패로 탈락하는 바람에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다. 당시 '스윙맨'이었던 박찬호의 팀 내 입지가 그만큼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류현진은 다르다. 실질적으로 에이스인 커쇼와 함께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인 선수가 바로 바로 그다.
한화 시절 두 차례 경험했던 가을잔치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류현진은 2006년, 2007년 포스트시즌에서 총 8경기(선발 6경기)에 출전해 1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3.41(34.1이닝 13자책)의 성적에 그쳤다. 정규시즌 동안 팀의 에이스로서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것이 포스트시즌 무대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시즌 약세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것도 올 시즌 하나의 과제다.
2007년 이후 6년만의 도전이다. 어느새 포스트시즌은 류현진에게 그리운 무대가 돼 버렸다. 한국에 있으면서도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는 말은 류현진의 입버릇이었다. 이제 다저스에서 그 한을 풀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빅리그 데뷔 첫 해,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이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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