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누군가는 눈물을 쏟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악물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동아시안컵 두 경기에서 북한과 중국에 각각 1-2로 패했다. 이길 수 있다며 도전했던 상대에게 패하자 대표선수들은 아쉬움에 눈물만 쏟아냈다.
여자대표팀은 몸과 마음 모두 고생길을 걷고 있다. 남자 대표팀이 파주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 입소하면서 여자 대표팀 숙소는 서울 상암동의 스탠포드호텔로 밀려났다. 그런데 훈련장은 파주NFC다.
훈련 후 땀에 전 채 왕복 1시간 20분 거리를 오가고 있다. 이미 무관심에 설움이 깊었던 여자 대표팀은 대한축구협회의 남자 대표팀 우선 정책에 한이 쌓인 지 오래다.
불과 2년 전에는 여자 대표팀은 남자 대표팀이 입소해도 함께 숙소 생활을 했다. 하지만, 정책이 바뀌면서 여자 대표팀은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파주NFC는 77개의 방에 180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지만 남자 대표팀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자 대표팀은 나가줘야 한다.
불편한 생활이야 견딜 수 있지만 여자 축구 실력을 폄훼하는 시선은 참을 수 없다. 이번 대회 한국은 2패를 하기는 했지만 전보다는 훨씬 좋은 경기력으로 여자 축구 강국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러나 '되지도 않는 여자 축구에 뭣 하러 투자하느냐'는 식의 인터넷 상 글들을 보며 선수들은 상처를 입고 있다. 여자 축구의 에이스 지소연(고베 아이낙)이 무득점에 그치자 깔보는 시선은 더 심해졌다. 지소연은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토로했다.
여자대표팀은 28일 일본과 최종 3차전에서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은 일본에도 한 수 아래다. 일본은 2011 독일 여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권 실력으로 거듭났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일본은 3위로 16위인 한국보다 한참 위다. 역대전적에서도 한국은 2승8무14패로 절대 열세다. 2008 아시안컵 본선에서 3-1로 이긴 이후 최근 1무2패로 밀렸다. 그래도 모두 근소한 차이의 승부(1-2, 1-1, 1-2)였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일본의 전력은 화려하다. 오노 시노부(올림피크 리옹), 안도 고즈에(프랑크푸르트), 오기미 유키(첼시 레이디), 오쓰기 루미(몽펠리에) 등 유럽파가 다수를 차지한다. 조직력이나 개인기 모두 최고다.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이런 일본을 공략하는 법은 없을까, 일본은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중국에 2-0으로 이겼다. 하지만, 북한과는 0-0으로 비겼다. 강한 체력을 기본에 두고 정신력을 앞세운 북한을 압도하지 못했다. 북한의 전방 압박에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가 벌어지는 등 균형도 깨졌다. 한국이 이겨보겠다는 마음과 투혼을 발휘한다면 못 넘을 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팀은 주장 심서연(고양 대교)이 리베로같은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하며 전체를 지휘하고 있고 차연희(고양 대교), 전가을(현대제철) 등이 골을 노린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나래(수원FMC)는 남자 못지않은 강한 킥력으로 상대의 핵심 방어 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소연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여자축구리그에서 뛰는 지소연은 올 시즌 정규리그 9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안다. 두 번이나 눈물을 흘렸던 지소연의 분전이 필요한 이유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자연스럽게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 따라온다는 점에서 선수들은 일본을 맞아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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