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4경기 연속 5이닝 승리투수가 된 세계 최초의 선수라니까."
LG 차명석 투수코치가 제자 우규민을 두고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농담을 했다. 그 안에는 우규민이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길 바라는 기대감이 포함돼 있다.
차 코치의 말대로 우규민은 지난달 4경기 연속 5이닝만 던지고 승리투수가 됐다. 6월5일 두산전, 6월11일 한화전, 6월16일 넥센전에서는 2실점했고 6월23일 삼성전에서는 실점이 없었다.
5이닝은 선발투수에게 승리가 주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이닝. 우규민이 팀 승리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좀 더 오래 버텨주길 바랐던 차 코치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남는 성적이었다.
세계 각국 프로야구 기록을 모두 뒤져봐야 정확한 기록이 나오겠지만 4경기 연속 5이닝 승리투수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5회까지 팀이 리드를 하고 있어야 하고, 남은 4이닝 동안 경기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여지도 크기 때문이다. 차 코치가 자신있게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우규민을 자극(?)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실 우규민은 5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었다. 투구수에도 여유가 있었다. 4경기 중 100개 이상을 던진 경기는 딱 1차례. 나머지는 세 경기에서는 67, 68, 82개의 투구수를 각각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몸살 등 우규민의 몸상태를 고려해 차 코치와 김기태 감독은 그의 강판을 결정했다. 일종의 배려였다.
그 다음 선발 등판이던 지난 11일 NC전에서 우규민은 차 코치의 기대에 일정 수준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6.2이닝을 소화하며 1실점, 시즌 7승(3패)째를 거둔 것. 차 코치가 신장 종양 제거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다. 이번에도 투구수(79개)에 여유가 있던 우규민은 강판을 아쉬워하며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아직 배가 고픈 우규민이다. 이닝을 더 소화하고 싶은 그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다. 3연전 마지막 경기로 앞선 2경기에서 양 팀은 1승1패로 맞서고 있다. 위닝 시리즈의 향방이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에 나서는 우규민은 상대 선발 윤석민과 맞대결을 펼친다.
개인 5연승을 달리고 있는 우규민에게 이번 등판 과제는 얼마나 이닝을 많이 소화하느냐에 있다. 현재 LG의 불펜진에게 휴식은 다다익선이다. 불펜의 휴식은 선발투수가 얼마나 버텨주냐에 따라 결정된다. 올 시즌 완봉승(4월14일 대전 한화전)도 경험해 본 우규민은 컨디션만 괜찮다면 충분히 길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TV로 우규민의 지난 등판을 지켜봤던 차 코치도 병상을 박차고 수술 후 2주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투혼을 보였다. 우규민에게는 스승의 퇴원 기념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과제다. 과연 우규민이 마운드에서 차 코치에게 공을 넘기는 것은 몇 회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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