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잠수함 선발 요원 우규민이 경기 후반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규민은 30일 LG 트윈스-SK 와이번스의 잠실경기가 한창이던 상황에서 불펜 피칭을 했다. 경기 후반 LG가 SK에게 4-3 추격을 당한 시점이었다. 여차하면 우규민이 등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무리 등판해 있던 봉중근이 추격점을 내주며 진땀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우규민은 등판하지 않았다. 8회 1사 후 등판한 봉중근이 9회까지 책임지며 리드를 지켜내고 경기를 매조지했다. 어쩌면 우규민은 원래 등판할 계획이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 후 차명석 LG 투수코치로부터 우규민이 불펜에서 몸을 푼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차 코치는 "(우규민) 자기가 '선동열 효과'를 낸다며 몸을 푼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다"고 웃으며 말했다.
'선동열 효과'란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의 현역 시절 만들어진 말이다. 당시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던 선 감독이 불펜에서 몸을 풀기만 해도 상대팀 선수들이 전의를 상실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우규민이 몸을 풀어 SK 선수들의 기를 죽이려 했다는 것이 차 코치의 농담 섞인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규민이 등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우규민의 마지막 등판은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 충분한 휴식을 취한데다 다음주 일기예보상 장마의 영향으로 주중 한두 경기가 우천 취소될 가능성도 높다. 우규민으로서는 너무 오래 쉬어도 좋을 것이 없다.
때문에 이날 만약 봉중근이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면 급한대로 우규민이 구원 등판했을 수도 있었다. 정현욱, 류택현, 이동현 등 불펜 필승조도 앞서 모두 등판했다.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선발 요원인 우규민을 불펜 투입하는 승부수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차 코치는 노련하게 농담을 섞어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단순히 다음 등판을 위한 준비 단계, 그리고 상대의 기를 꺾기 위한 보여주기식(?) 몸 풀기였다는 설명이었다. LG가 이날 위태롭게나마 4-3 승리를 거두며 6월을 승률 7할6푼1리(16승5패)의 호성적으로 마칠 수 있었기 때문에 차 코치도 기분 좋게 농담을 던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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