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는 2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원정경기에서 5-4로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전반기 이어오던 5연패 사슬을 끊었다. 후반기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진 셈이다.
마무리투수 김성배는 이날 세이브에 성공했다. 8회말 2사 후 등판해 1.1이닝을 책임졌다. 매끄럽게 경기를 끝내지는 못했다. 등판하자마자 이대수에게 볼넷고 도루를 허용해 2사 2루의 동점 위기에 몰렸으나 최진행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9회말에는 더 큰 위기가 있었다. 1사 후 추승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다음 김태완에게 중견수 쪽 안타를 맞았다. 다행히 3루까지 뛰던 1루주자 추승우가 전준우의 송구에 걸려 아웃돼 투아웃을 잡아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김성배는 마지막 타자 조정원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세이브를 보탠 김성배는 손승락(넥센 히어로즈) 앤서니 르루(KIA 타이거즈) 봉중근(LG 트윈스)에 이어 올 시즌 네 번째로 20세이브 고지를 밟은 투수가 됐다.
경기 후 김성배는 무덤덤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첫 20세이브 달성이지만 "숫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세이브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팀이 이긴 게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고 얘기했다.
사실 치열해진 중위권 순위 경쟁으로 선수들 모두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하다. 김성배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장마철 변덕스런 날씨도 무척 힘들게 한다. 김성배는 "정말 힘들었다"며 "위기 상황에 몰린 건 아니었고 기온도 높은 편이 아니었지만 습한 날씨가 곤욕이다. 지난 시즌과 견줘 더 심했다"고 했다.
김성배는 사실 올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팀 마무리 후보가 아니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지난 시즌 자신이 맡았던 중간계투로서의 임무만을 생각했다. 당시에는 "20홀드가 목표"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롯데는 뒷문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마무리를 맡아줘야 할 정대현과 김사율이 동반 부진하자 김시진 감독은 구원투수 중 구위가 가장 좋다고 판단한 김성배에게 뒷문을 맡겼다. 임시 마무리로 출발했지만 김성배가 제 역할을 해내자 이제는 붙박이가 됐다.
김성배는 "주위에서는 마무리로 고정된 게 더 낫지 않느냐는 말도 한다"며 "하지만 앞에 나오는 중간계투들도 정말 고생이 많고 힘이 든다"고 했다. 김성배가 지난 시즌 바로 그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계투진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선수들 모두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워낙 순위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그라운드나 덕아웃에서 항상 집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배는 "나 뿐만 아니라 동료들 모두 가을야구에 꼭 나가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롯데는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 기간 동안 플레이오프 이상 올라간 적은 없지만 올해는 가을야구 참가가 좌절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김성배도 마찬가지다.
김성배는 최근 체력 보충을 위해 영양제와 비타민도 챙겨 먹는다. 그는 평소 보약 등을 챙겨 먹는 편이 아니다. 지난 시즌에도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마무리를 맡은 뒤부터 체력관리에도 좀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장마가 끝난 뒤 찾아올 무더위 시기를 잘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이제는 정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선수들 모두 4강 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을 한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목표나 세이브 숫자는 머리 속에서 지운지 오래다. 아니 그런 마음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김성배는 "목표가 있긴 하다"며 "가을야구"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김성배의 공끝에 힘이 실리고 세이브 숫자가 늘어난다면 롯데의 가을야구 참가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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