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성배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목표 하나를 세웠다. 크게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 시즌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이명우(74경기)와 최대성(71경기)에 이어 팀내 투수들 중 세 번째로 많은 69경기에 나왔다. 김성배는 3승 4패 2세이브 14홀드를 기록하며 이른바 롯데 '양떼불펜'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이런 지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김성배는 올 시즌을 맞으며 "20홀드는 꼭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최대성이 기록했던 17홀드를 넘어서겠다는 게 개인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올 시즌 김성배의 이 목표는 이루기 힘들 것 같다. 대신 그는 홀드가 아닌 세이브를 쌓는 투수로 변신했으며 벌써 20세이브 고지가 눈앞이다.
김성배는 시즌 초반 보직이 바뀌었다. 변함없이 선발과 마무리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계투로 등판하는 것이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의 당초 계획이었다. '필승 계투조'로 팀 리드를 지켜내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마무리로 낙점했던 정대현이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 초반 부진하면서 그 자리를 김성배가 대신 맡아야 했다.
김시진 감독은 "중간계투 중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선수가 김성배였다"고 그를 마무리로 기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불안해진 뒷문을 단속하기 위해 롯데 벤치는 김성배를 마무리로 돌렸다. 김성배는 6월까지 33경기에 등판했다. 다른 팀 마무리투수와 견줘 비교적 많은 경기에 나온 편이다. 뒷문을 맡기 전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오른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성배는 현재까지 18세이브(2패 4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구원 부문에서 손승락(넥센 히어로즈, 21세이브)과 앤서니 르루(KIA 타이거즈, 20세이브)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특히 그는 6월 등판한 10경기에서 9세이브를 쓸어담았고 팀 상승세에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아픈 기억도 있다. 지난 6월 2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 마무리로 나섰다가 끝내기 안타를 허용, 패전투수가 됐다. 올 시즌 네 번째 기록한 블론세이브였다. 마무리투수라면 피하고 싶지만 몇 차례는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성배는 블론세이브에 대해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지만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처음 본격적인 마무리투수를 맡은데다 연이은 등판과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주말 3연전 일정이 없어 휴식기를 맞았기 때문에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롯데는 2일부터 시작하는 주중 3연전에서 1위팀 삼성 라이온즈를 안방인 사직구장으로 불러 맞대결한다.
롯데는 지난 두 시즌 동안 김사율이 든든하게 뒷문을 지켰다. 올 시즌은 김사율의 구위 저하로 정대현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지만 흔들렸다. 자칫 뒷문 불안의 우려가 커질 수 있었지만 그 힘든 자리를 김성배가 잘 메우고 있다. 최대성과 김사율이 각각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전력에서 빠져 있고 지난 시즌과 견줘 불펜의 힘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듣긴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마무리로 자리를 잡은 김성배로 인해 4강 다툼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뒷심이 생겼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