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배우 김가은,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내 사랑 나비부인'의 천진난만한 여고생 김살구, '브레인' 신하균의 여동생 이하영, '장옥정' 김태희가 연기한 장옥정의 죽마고우 향이 등 김가은이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을 나열하면 자연스레 "아, 그 사람!"이라는 탄성이 터진다.
최근 김가은은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날라리 여고생 고성빈 역으로 제대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김가은이라는 이름도 제대로 알렸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가은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얼굴을 알린 김가은은 고된 촬영 스케줄에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생각보다 늦어진 제작 일정에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촬영 일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김가은은 연기의 맛에 푹 빠졌다.
지난 2011년 '브레인'에 출연, 서서히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사실 김가은은 데뷔 5년차 배우다.
"데뷔한지 벌서 5년 정도 됐는데 '어디서 봤는데?'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여러 드라마에 나오긴 했지만 역할이 한계가 있었고, 뚜렷하게 제 캐릭터를 보여드린 게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욕 잘하는 날라리 여고생을 맡았는데,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한 캐릭터로 진짜 배우 김가은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가은은 2009년 SBS 공채탤런트 11기 출신이다. '시크릿가든'으로 스타덤에 올라 '싸인', '마이더스', '남자가 사랑할 때'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성오가 동기다.
"(김)성오 오빠가 제일 많은 동기라 친오빠처럼 잘 따랐어요. 오빠가 잘 되서 부러웠던 것도 있지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죠. 공채가 되고 동기들이 전부 일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출퇴근했는데 오빠는 결석도 없고 늦은 적도 없고 동기들도 많이 챙기고, 정말 배울 점이 많았어요."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배우를 꿈꾸게 돼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막연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김가은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정식으로 연기를 배우게 됐고, 선배들을 따라 SBS 공채탤런트 시험에 응시했다가 운 좋게 붙은 케이스였다. 가장 최연소로 SBS 공채탤런트의 영광을 안았던 김가은은 '스타일'로 안방에 데뷔하게 된다.
"제가 가장 어렸고, 주위에서 많이들 부러워해 주시니까 좋았어요. 그런데 조금 지나다 보니까 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도 늘 여직원, 여동생 이런 식으로 한계가 있고 '나도 더 잘 할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자괴감에 빠졌어요. 게다가 회사가 없어서 연기 말고 다른 거에 신경 쓸 것도 너무 많으니까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그랬던 시절이 있어서 오히려 많이 도움된 것 같아요."
학교생활과 병행해야 했던 공채탤런트 시절,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둔촌동과 세트장이 있었던 일산을 3시간씩 오가며 지하철에 앉아 빵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대기실이 없어 화장실에 앉아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그러나 힘들고 고된 시절은 늘 지금의 소중한 자양분이 된다. 눈물의 시간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만나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김가은은 살인미수 혐의를 뒤집어 쓴 날라리 여고생으로 초반 시청자의 눈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활짝 웃은 김가은은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된 천상 배우였다.
◆김슬기와 욕 배틀 하고 싶고, 좀비 영화 좋아하는… '내 이름은 김가은'
수많은 드라마에서 여고생 역할을 맡았지만 사실 김가은은 1989년생, 25세 여배우다. 작은 얼굴에 오뚝한 이목구비까지 영락없이 10대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연기 변신을 하고 싶은 성숙한 여배우다.
"학생 역할을 정말 많이 했어요. 몇 작품 빼놓고는 거의 학생이었죠. 이제는 학생 말고 다른 역할도 연기해 보고 싶어요. 주로 여학생, 동생 이런 통통 튀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보여드릴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이 많아요. 하고 싶은 역할도 정말 많고요. 특히 평범한 거 말고 특이한 역할 맡고 싶어요. 4차원 캐릭터나 악역 같은 거요. 저는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요. 저를 더 망가뜨릴 수 있는 캐릭터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얼굴이 가진 한계를 깨는 것, 그게 제 과제죠."
아직도 김가은은 자신을 향한 호평기사가 얼떨떨하다. "역할을 많이 준비했지만 드라마에 피해가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김가은이다.
"기사를 보고 정말 기분이 이상했어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제가 각인이 조금이라도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제가 드라마에 조금은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도 있고요. 예전에는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쳐보면 동명이인이 정말 많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제 김가은을 검색하면 제가 제일 먼저 나오고 좋은 기사도 정말 많이 나오고, 진짜 행복해요. 저희 엄마랑 이모가 기사에 항상 댓글을 1, 2번으로 남겨주세요. 너무 자주 안 남겨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참하고 예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귀여운 미소로 욕 배틀을 하고 싶다거나 좀비 영화 사랑을 전하는 엉뚱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매력이 샘솟는 김가은이다.
"연기할 때는 욕하고 이런 게 재밌었어요(웃음). 대본에서 성빈이가 욕하는 신을 보고 진짜 많이 고민했거든요. 인터넷에 재미있는 욕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주위 친구들에게 억양을 찰지게 하는 방법을 물어보기도 하고(웃음), 사사를 받았죠. 진짜 고등학생처럼 욕하는 장면도 자연스럽기를 바랐거든요. 아, 'SNL 코리아'에 출연하시는 김슬기씨가 욕하는 장면도 많이 봤어요. 기회되면 'SNL 코리아'에 나가보고 싶어요. 김슬기씨랑 욕대결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웃음)."
김가은은 "영화도 굉장히 찍어보고 싶다. 단편영화 빼고는 안 해봤다. 특히 어릴 때부터 좀비 영화를 즐겨봐서 좀비물을 좋아하는 만큼 좀비물을 만든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색깔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가은은 이제 막 진짜 한 발을 뗐다. 2013년, 배우 김가은에게는 아름다운 꿈을 향한 원년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그러면서도 늘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는 사랑스러운 배우, 김가은을 응원한다.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색깔도 있으면서 늘 새로운 이미지를 주는 그런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될게요. 늘 지켜봐 주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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