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이동현(30)은 천상 불펜 투수다. 스스로 선발보다는 불펜이 체질에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있는 셈이다.
보통 투수들은 매일 등판을 기다려야 하는 불펜 투수보다 규칙적으로 등판할 수 있는 선발 투수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동현은 반대다. 처음부터 불펜이 편했다고 한다. 2001년 LG 입단 후 선발 보직을 잠시 맡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프로 생활을 불펜 투수로 보내고 있다.
이동현은 "원래 선발에는 매력을 잘 못 느꼈다.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불펜이 좋다"며 "김성근 감독님이 계실 때도 선발을 하라고 했는데 저는 불펜이 좋다고 했다. 나에게는 불펜 투수가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불펜 보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동현은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하고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길게 질질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며 "체력 안배도 해야 하고, 여러가지 수싸움도 해야 하는 선발보다는 짧은 이닝 집중해서 가진 힘을 확 쏟아붓는 불펜이 성격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이동현은 성적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LG가 9개 구단 중 가장 강한 불펜진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동현의 공이 컸지만 봉중근과 정현욱에 가리고 말았다. 봉중근은 보직 자체로 큰 주목을 받는 마무리인데다 성적도 좋다. 정현욱은 삼성에서 FA로 이적을 해오면서 시즌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셋업맨 임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동현의 성적도 그 둘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앞서는 부분이 있을 정도다. 올 시즌 이동현은 4승11홀드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 중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도 훌륭하지만 세부 기록을 들여다 보면 이동현의 진가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이동현은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했다. 이는 정현욱, 이상열과 함께 팀 내 가장 많은 등판 횟수다. 투구 이닝도 35이닝으로 팀 내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이 소화했다. 정현욱은 33이닝, 이상열은 16.1이닝을 던졌다. 2할3푼6리의 피안타율과 1.11에 불과한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역시 불펜 투수들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이동현은 '토미존 서저리'라고 불리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세 번이나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오른쪽 팔꿈치에는 흉터가 짙게 남아 있다. 수술 부위를 쑥스럽게 쳐다보던 이동현은 "흉터가 계속 두꺼워지고 있다"며 웃었다. 같은 부위의 수술을 반복하다 보니 흉터가 겹쳐진 것이다.
LG는 24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원동력은 든든한 불펜이다. 소리없이 강한 불펜 투수 이동현이 그 중심에 있다. 지난 2002년 마지막 가을잔치를 기억하는 몇 안되는 LG 선수 중 한 명인 이동현. 마지막 인대를 LG에 바치겠다는 그가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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