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발밑 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이 22일 새벽(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쿠바와의 1차전에서 류승우(중앙대학교)의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는 두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 확실한 스타가 없는데다 문창진(포항 스틸러스), 김승준(숭실대학교) 등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제외된 것. 이런 가운데 전력이 베일에 싸인 쿠바와의 개막전을 잘 치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었다.
과거 U-20 대표팀에는 늘 축구팬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선수들이 자리했다. 박주영(셀타비고), 백지훈(상주 상무, 이상 2005년),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신영록(제주 유나이티드, 이상 2007년), 구자철(볼프스부르크),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 이상 2009년), 장현수(FC도쿄), 윤일록(FC서울, 이상 2011년) 등이 아시아선수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U-20 월드컵에서 빛을 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21명 중 9명이 프로일 뿐 나머지는 전부 대학 선수들로 구성돼 고민이 깊었다. U-20 대표팀이 유소년에서 성인으로 가는 길목이고 성적보다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기는 하지만 미래 한국축구를 이끌 자원을 얼마나 발굴할 수 있느냐를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달 초 프랑스 툴롱컵에 출전해서는 수비의 단단함을 확인했지만 확실한 공격수가 눈에 띄지 않아 마무리를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거리도 있었다. 툴롱컵 4경기에서 2승1무1패, 3득점 2실점을 한 대표팀은 공격력 보강이 절실해 보였다.
하지만, U-20 대표팀은 월드컵 첫 경기에서 팀플레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냈다. 쿠바는 체격 조건에서 한국에 비해 월등했지만 이광종호는 기술과 체력으로 제압했다.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은 슈팅수에서 12-8로 앞섰고 볼 점유율에서는 62%-38%로 압도적인 기록을 만들어냈다. 선제골을 내준 뒤 소위 '뻥축구'에 대한 유혹이 있을 법했다. 특히 후반 21분 188㎝의 장신 공격수 김현(성남 일화)이 투입된 뒤 롱패스에 의한 공격이 더 심화될 수 있었다. 몇 차례 좌우 가로지르기가 김현의 뒤로 지나가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대표팀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패스 속도와 공간 활용 플레이를 쉼 없이 연습했다. 이광종 감독도 선수들에게 짧은 패스를 강조했다. 그 결과 후반 38분 류승우의 결승골이 나왔다. 김현이 가로지르기 대신 짧은 패스로 류승우에게 내줬고 이것이 강상우(경희대)를 거쳐 다시 류승우의 발에서 골로 마무리됐다. 쿠바 수비 뒷공간을 아름답게 파고든 패스였다.
골 장면 외에 슈팅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도 깔끔했다. 쿠바의 압박이 헐거워진 상황에도 좌우로 벌렸다가 중앙으로 돌아와 전방으로 침투하는 패스들이 쏟아졌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안정된 패스가 나왔다. 팀 조직력이 단단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플레이다.
이광종 감독은 대회 출발 전 "16강 통과가 목표지만 잘 해내면 8강, 4강도 노려볼 수 있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쿠바전을 통해 이 감독이 제시한 목표가 허언이 아님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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