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수비 하나 만큼은 스페셜리스트다. 전 구단을 통틀어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은 외야수 이승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그러나 뛰어난 수비에 견줘 방망이 실력이 조금 처진다는 단서가 붙는다.
하지만 최근 이승화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인상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 코칭스태프도 그런 이승화를 전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팀에 와서 이승화가 뛰는 걸 보니 수비뿐 아니라 타격도 상당한 재능이 있다"고 얘기했다. 박 코치는 "자세히 지켜보고 있다"며 "수비와 주루가 뛰어나다는 건 알았다. 방망이가 문제라고 하지만 타격 매커니즘도 괜찮다. 1번타자감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했다.
코칭스태프가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이승화는 프로 13년 차 베테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1군 통산타율은 2할3푼1리에 머물고 있다. 2007년 3할1리를 기록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그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였다. 그러나 부상이 문제였다. 당시 왼손목을 크게 다쳐 시즌아웃됐고 지난해 10월에도 왼쪽 무릎 반월판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기량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시기에 매번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그런 이승화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선수의 부상 때문이었다. 올 시즌 롯데 주전 좌익수 자리를 꿰찬 김문호가 다쳤기 때문이다. 김문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김시진 감독은 퓨처스(2군)리그에 있던 이승화를 콜업했다.
지난 5월 28일 1군 무대에 나선 이승화는 공수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수비의 달인'이라는 평가 속에 다이빙캐치도 몇 차례 선보였고 과감한 펜스플레이는 덤이었다. 타격도 괜찮다. 11일까지 12경기에 나와 타율 2할7푼5리 6타점 1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승화가 앞으로도 계속 1군에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박 코치는 "멘탈에 문제가 있다"며 "(이)승화는 타석에서 상대 투수가 던지는 공에 소극적으로 맞서는 경우가 많다. '이번 타석에서 못치면 어쩌지'라는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코치는 그래서 이승화에게 "부상이 없다면 네가 확실한 주전"이라는 말을 자주 건넨다.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이다.
김 감독도 이승화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는 "현대 유니콘스 시절이던 2007년 당시 승화가 현대전에서 정말 잘 쳤다. 때리는 족족 안타가 됐다. 정말 놀랐다"며 "그 때 정말 현대를 괴롭혔다"고 그에 대해 받았던 인상을 떠올렸다. 이승화는 다시 한 번 김 감독의 마음을 놀래켜야 한다. 그리고 그 기회는 올 시즌 다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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