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약발이 다 된 것 같습니다."
김보경(카디프 시티)이 내뱉은 말이다. '제2의 박지성'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약 1년 전 이야기를 꺼내자 내놓은 대답이다.
지난해 6월, 대표팀의 '에이스'는 김보경이었다.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김보경은 환상적인 움직임으로 2골을 몰아넣으며 한국의 3-0 대승을 이끌었다. 당시 김보경의 움직임은 꼭 박지성 같았다. 그래서 '제2의 박지성'이라는 찬사가 김보경을 뒤덮었다.
하지만 이후 김보경은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소속팀에서 적응을 못했고 잔부상도 겹쳤다. 대표팀에서 탈락되는 아픔도 겪었다. 힘든 시간을 보낸 김보경. 그는 다시 일어섰다. 소속팀에서 적응하며 활약도를 높여 기지개를 켰고, 카디프 시티를 1부 리그로 승격시키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다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 레바논-우즈베키스탄-이란과의 최종예선 3연전에 임하는 김보경의 각오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김보경은 스스로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가 되는 자존심도 세워야 한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는 것 역시 김보경의 가장 큰 바람 중 하나다.
27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 소집된 김보경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왔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겠다.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왔다. 대표팀에 떨어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시 대표팀에 왔고 이번에 각오가 남다르다.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 김보경. 그에게 새로운 변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포지션이다. 그동안 김보경은 대표팀에서 날개였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 김보경은 중앙 미드필더로 왔다. 소속팀에서 비상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가 중앙 미드필더로 완벽히 녹아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세를 대표팀에서도 이어가려 한다.
김보경은 "제2의 박지성이 아니라 김보경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서고 싶다. 나는 돌파와 슈팅보다 패스에 더 자신이 있다. 그래서 중앙 미드필더가 나에게 더 맞는 포지션이다"라며 중앙 미드필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 역시 중앙 미드필더 김보경의 능력을 인정했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에서 김보경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할 계획이다.
훈련 후 만난 최 감독은 "김보경은 원래 중앙 자원이다. 대표팀에서 김보경을 날개로 쓸 때는 이청용의 부상 등으로 날개 자원이 없었다. 그런데 현재는 날개 자원이 많다. 이청용도 있고 이근호도 좋다. 김보경을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다. 중앙에서 더 좋은 선수다. 김보경도 중앙에서 뛰기를 원하고 있다"며 중앙 미드필더 김보경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기존의 핵심 중앙 미드필더였던 유럽파 기성용(스완지 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제외됐다. 부상 여파 등으로 인해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최강희호의 전력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 자명해 보였다.
그런데 최 감독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 복귀시킨 '베테랑' 김남일(인천 유나이티드)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믿음, 김보경이 있기에 최 감독은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김보경의 능력과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 유럽파 프리미어리거 김보경이 최강희호 중원에서 새로운 활약,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날개였던 '제2의 박지성'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 '제1의 김보경'의 시작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