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제게 삼성은…농구입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규섭(36)이 고민 끝에 은퇴했다. 2012~2013 시즌 종료 후 삼성과 계약이 만료된 이규섭은 거취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다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15일 오전 서울 신사동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규섭의 얼굴에는 묘한 감정이 묻어나왔다. 떨림으로 시작했던 기자회견은 눈물로 끝났다.
지난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이규섭은 이후 11시즌 동안 삼성에서만 현역 생활을 했다. 통산 574경기에 나서 평균 10.3득점, 2.6리바운드, 1.2도움, 0.5가로채기를 기록했다. 2000~2001 시즌 삼성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하며 삼성 전력의 기틀을 잡았고 신인선수상도 차지했다.
국가대표로는 센터와 포워드로 활약하며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영광을 함께했다. 광저우 대회 이후에는 국가대표를 반납했다.
기자회견에서 이규섭은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앞으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해서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라며 운을 뗀 뒤 "선수는 경기장에 있을 때 행복하고 좋은 것도 많다. 하지만, 떠나야 될 때 떠나는 게 맞다"라며 은퇴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물론 은퇴까지의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내 자신에게 자문하는 것이 많아졌다. 시즌을 치르면서도 내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있었다.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몸상태 등을 고려했는데 정말 많은 고민이 생겼다. 여기서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며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 구단은 그를 위해 미국 지도자 연수를 지원한다. 미 프로농구(NBA) 구단 연수를 알아보는 중이다. 이규섭은 "좋은 지도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받았다. 안준호, 김동광 감독은 물론 대표팀에서 유재학, 허재, 전창진 감독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라며 "아직 난 첫 발을 내딛지 않았다. 어떤 공부를 해야할 지도 모른다"라며 "여러 감독들에게 조언을 구하겠다. 아래부터 천천히 올라가서 좋은 지도자가 되겠다"라고 서두르지 않고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고 계획을 말했다.
이날 은퇴 기자회견에는 그를 지명했던 당사자이기도 한 김동광 삼성 감독과 이성훈 단장이 자리했다. 김 감독은 "2000년도에 이규섭을 뽑았다. 시작과 마지막을 같이 한다"라며 "이규섭은 내게 많이 혼났다. 장점이라면 빨리 털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었다"라고 제자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추억했다.
이어 "말년에 체력 문제가 있어 내게 많이 혼났다. 후배들보다 더 고생해야 한다고 다그쳐서 섭섭했을 것이다"라며 "아마 지도자가 된다면 지금의 내 생각을 이해해 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성훈 단장은 "이규섭의 은퇴는 구단의 향후 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했었다. 은퇴시키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고 본인과도 잘 합의가 됐다"라며 은퇴는 구단의 뜻도 반영된 것임을 알렸다.
한편, 먼저 현역 은퇴한 MBC SPORTS+ 신기성 해설위원의 깜짝 질문도 있었다. 신 위원이 "삼성이 (이규섭에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농구다. 지금까지 올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라며 명답을 내놓았다.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규섭은 구단이 마련하는 해외연수에 6개월 정도 참가해 코치로의 변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다음 시즌 중에는 공식 은퇴식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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