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전설이 코트를 떠난다. 부산 KT 서장훈이 현역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코트를 밟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서장훈은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전을 끝으로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는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이면서 자신의 현역 마지막이 될 이날 KCC전을 앞두고 KT 구단은 서장훈에게 기자 회견 자리를 마련해줬다. 서장훈은 회견장에서 들어오면서 "먼 곳까지 와준 취재진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번거롭게 찾아오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마지막 경기를 앞둔 서장훈의 표정은 담담했다. "오늘 말을 많이 하면 모레 있을 공식 은퇴 기자회견에서 할 얘기가 없지 않겠냐"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솔직하게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고 실감이 아직 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막상 이날이 다가오니 최근 며칠 사이 혼자 있는 시간엔 괜히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도 있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장훈은 "최대한 마음을 담담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경기가 종료된 뒤 어떤 감정이 들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장훈이 은퇴를 발표한 뒤 정규시즌 후반 KT가 원정경기를 갈 때면 '서장훈'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은 커졌다. 서장훈이 원정경기를 위해 찾아오는 날, 홈팀은 한국농구사에서 한 획을 그은 국보급 센터인 그를 위해 조촐하지만 의미있는 자리를 준비해줬다.
서장훈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서장훈은 "그런 부분에서 정말 원정팀과 팬들에게 고맙다"며 "내가 의도한 일이 아니었지만 다른 구단에서 이렇게 신경을 써줄지 정말 몰랐다"고 뭉클한 소감을 밝혔다.
흔들림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서장훈도 결국 눈물을 보였다. '선수생활 동안 가장 아쉬운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서장훈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감정이 북받치는 듯 목소리가 갈라졌다.
서장훈은 "매 경기에서 좀 더 잘했어야 한다"며 "많은 이들의 기대에 모자랐다. 부족한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연세대 신입생 시절 우승을 차지한 1993-94시즌 농구대잔치와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중국과 치른 결승전을 꼽았다.
서장훈은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만하진 않았다. 그는 "스스로 농구선수로서 나를 되돌아 보면 많은 점수를 줄 순 없다"면서 "더 잘하고 싶었는데 한참 모자랐다"고 돌아봤다.
서장훈은 "오늘까지는 분명히 현역선수다. 은퇴선수가 아니지 않는가"라며 웃었다. 그는 "원래 경기를 앞두고 집중을 하는 편인데 오늘은 아침부터 그렇지 못했다. 경기가 걱정이다"라고 얘기를 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서장훈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철저한 프로페셔널이다. 그래서 그는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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