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보스턴 셀틱스와 LA 레이커스는 오랜 전통과 함께 많은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명문팀으로 꼽힌다. 두 팀에는 영구결번된 선수들도 많다. 특이한 점은 홈코트 체육관에 영구결번 선수들의 등번호 및 이름과 함께 마이크도 나란히 배너로 걸려 있다. 바로 팀 경기를 전담 중계했던 쟈니 모스트(보스턴)와 칙 헌(LA 레이커스)을 기리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들 못지않게 특정 팀 중계에 일생을 함께 한 이가 있다. 지난 1950년부터 올 시즌까지 63시즌째 현장을 누비며 LA 다저스 경기를 전담 중계하고 있는 '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다.
방송 체계와 리그 환경에서 차이가 있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이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 KNN(부산·경남 지역방송) 이성득 해설위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위원은 지난 4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 트윈스전에서 통산 2천경기 중계를 달성했다. 1998년 7월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해태 타이거즈(현 KIA)전 중계를 시작으로 쌓아온 기록이다.
미국과 견줘 특정 연고팀 중계가 활성화 되지 않은 국내 사정상 이 위원이 세운 2천경기 중계는 그래서 특별하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이성득 위원은 이미 유명인사가 된 지 오래다.
이 위원은 누구보다 롯데 사랑이 크다. 경남고-고려대-한일은행을 거치며 야구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자 주저 없이 고향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였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프로 원년 52경기에 나와 타율 1할9푼을 기록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그러나 은퇴 후에도 롯데를 떠나지 않았다. 구단 프런트, 코치, 전력분석원을 거쳤고 지난 1998년 KNN이 창립되면서 해설위원으로 마이크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16시즌째 롯데 경기 중계를 하고 있다.
롯데 팬이 아니라면 이 위원의 해설을 들을 때 '편파 중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편파 중계였기 때문에 이 위원의 인기와 유명세는 더해졌다. 롯데 팬들은 이 위원의 중계를 들으며 함께 웃고 울었다.'
그런데 올 시즌부터 이 위원에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막내구단 NC 다이노스 때문이다. NC는 롯데가 제2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창원 마산구장을 안방으로 해 창단됐고 올해 1군에 참가했다. 경남지역에 생긴 두 번째 프로야구팀이다. 이 위원이 몸담고 있는 KNN 방송은 롯데 경기가 없을 때는 NC 경기도 중계를 한다. 물론 이 위원은 NC 경기 중계 때도 마이크를 잡는다.
문제는 롯데와 NC의 맞대결이다. 이 위원은 "최대한 공정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다"고 껄껄 웃었다. 16년 동안 입에 밴 '우리 롯데'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서이다.
올 시즌 롯데와 NC의 첫 3연전이 열린 지난 4월 2일 경기가 끝난 뒤 방송국 관계자는 이 위원에게 '그래도 같은 경남 연고팀인데 너무 롯데만 편들면 그렇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다. 이 위원은 "그 부분에 대해서 나도 신경을 쓰긴 한다"며 "그래도 마음은 롯데에 더 가 있는게 사실"이라고 다시 한 번 웃었다.
이 위원은 방송 해설 외 활동도 하고 있다. 물론 롯데 관련 일이다. 지역지인 부산일보에 고정칼럼인 '너머가쓰요'를 연재 중이다. 2008시즌이 끝난 뒤에는 단행본 '자이언츠네이션'도 출간했다.
그는 2천경기를 중계하는 동안 롯데 경기 기록지도 꼬박꼬박 챙겨놨다. 기록지도 중계 횟수와 같은 2천장에 달한다. 이 위원은 "3천경기까지는 마이크를 잡고 싶다"며 "그 사이에 롯데가 꼭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을 함께 해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개인적인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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