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도를 닦고 있어"
지난해 사퇴한 김상호 전 감독의 뒤를 이어 강원FC의 사령탑에 오른 '학범슨' 김학범 감독은 올 시즌 강등 걱정에 담배만 늘었다. 김 감독은 강원 사령탑을 맡기 전까지는 하루 한 갑 정도를 피웠지만 지난해 두 갑에서 세 갑까지 늘었다.
올해도 흡연은 줄지 않았다. 줄담배는 습관이 됐다. 시즌 시작 후 8경기에서 4무 4패를 기록했으니 충분히 그럴만 했다. 경기력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고 늘 하던 대로 했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FC서울전에서 만난 김 감독은 마음을 비운지 오래됐다는 듯 "부담은 전혀 없다"라며 가볍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승행진 중 서울이라는 거함을 만난 것은 강원에 더 괴로운 일이었다. 지난해 우승팀 서울은 대구FC와의 8라운드에서야 4-0 대승을 거뒀고 주중 장쑤 쑨톈(중국)와의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5라운드에서 2-0으로 이기며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정의했다. 2006년 성남 일화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명장 소리를 들었던 기억은 오래 전이다. 하위권 팀들의 전유물인 합숙을 하는 등의 압박을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훈련을 하면서 이길 그 날만을 기다렸지만 바람처럼 되지 않으니 잔인한 것은 당연했다.
서울-대구전을 유심히 봤다는 그는 "서울이야 외국인 공격 3인방이랑 교체 멤버가 좋지 않느냐. 대구는 서울의 단 두 차례 패스에 선제골을 내줬다. 그런 것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의 경기력은 나쁜 게 아니다. 선수들이 필드골과 선제골을 넣어줬으면 좋겠다. 넣어야 할 것을 못 넣으니 지는 것 아니냐"라며 작은 소원을 이야기했다. 골 감각만 살려주면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얼마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서울을 상대하는 김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경남FC와 8라운드에서 부상 당한 전재호를 대신해 남궁웅을 왼쪽 풀백으로 배치하고 중앙 미드필더 진경선을 왼쪽 날개로 내세운 것이 전부였다.
전반 강원은 두 골을 넣으며 순항했다. 서울 수비수 아디의 자책골이 따르면서 운이 따르는 듯 했다. 하지만,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경기 운영에 있었다. 강원은 일관된 플레이를 하면서도 두 골 차이에 압박을 헐겁게 하다 고요한과 데얀에 내리 세 골을 내줬다. 이후 만회골을 위해 노력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김 감독이 아무리 애를 써도 어쩔 수 없었던 한 판이었다. 2-3, 허망한 패배 만을 떠안은 강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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