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나도 현역 시절 이승엽의 폼을 따라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이만수 SK 감독이 이승엽(삼성)을 극찬했다. 더불어 SK 선수들에게도 "이승엽의 타격폼을 배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승엽은 지난 17일 포항 경기에서 쐐기 스리런포를 날리며 SK에 5-11 패배를 안겼다. SK는 5-5로 맞선 8회 진갑용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리드를 빼앗겼다. 이어 이승엽의 3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분위기는 삼성 쪽으로 넘어갔다.
이만수 감독은 19일 KIA와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홈런을 안 맞았으면 더 좋았겠지만…"이라며 17일 경기를 아쉽게 돌아본 뒤 "이승엽은 공이 참 멀리 날아간다. 우리 타자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감독의 타격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승엽은 다른 선수들보다 타격 포인트가 앞에 있다. 장거리 타자의 첫 번째 조건은 스윙 각도보다 포인트다. 홈 플레이트 앞에서 맞아야 타구가 멀리 간다. 아무리 힘이 좋은 선수라도 뒤에서 맞으면 공이 안 뻗는다."
이 감독은 "그 포인트를 가장 잘 아는 선수가 이승엽"이라고 했다. 그는 "덕분에 잘 맞으면 넘어가고, 못 맞아도 펜스 앞까지는 간다. 그게 이승엽의 노하우다. 나도 이승엽의 폼을 따라 하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라며 웃었다. 현역 시절 세 차례 홈런왕을 차지했던 이만수 감독도 풀지 못한 숙제다.
이만수 감독과 이승엽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 동안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승엽은 1997년 32홈런으로 데뷔 첫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당당하게 홈런 타자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 감독은 SK 타자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이 감독은 "대부분 타자가 팔로 스루를 크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 이승엽은 타격 후 뻗어주는 스윙이 좋다"며 "SK의 젊은 타자들이 최근 잘 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승엽처럼 레벨 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기존 선수들은 습관을 쉽게 고치지 못해 고전하는데, 어린 선수들은 잘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올 시즌 SK 라인업에는 유독 낯선 이름들이 많다. 이명기(타율 3할2푼2리 8타점 4도루), 한동민(2할7푼8리 11타점), 조성우(2할6리 2홈런 6타점) 등은 이 감독이 꾸준히 중용하는 신예들이다. 자신은 넘지 못한 영역이지만 선수들은 반드시 이승엽의 타격 장점을 흡수해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 이 감독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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