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독수리들이여! 투혼을 불태워라!'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캐치프레이즈다. 최근 캐치프레이즈 문구 그대로의 장면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한화는 18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8-5로 승리했다. NC와의 3연전을 쓸어담은 한화는 개막 13연패 뒤 3연승을 달리며 탈꼴찌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한화의 연승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한화가 개막 연패 신기록을 세우며 프로야구의 순위 레이스가 전체적으로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의 승리 과정을 지켜보면 걱정이 앞선다. 승리가 이어지긴 했지만 '내일이 없는 야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응용 감독 스스로 "우리는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마운드 보직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바티스타와 이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고정된 선발이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선발이 무너지면서 주축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고있는 실정이다.
NC와의 3연전에서 이같은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17일 경기에서는 선발 요원만 4명을 투입해 4-3 승리를 지켜냈다. 18일 경기에는 급한대로 김광수를 선발로 내세운 뒤 윤근영, 유창식 등 잠재적 선발 후보들을 연이어 등판시켰다.
불펜 투수 중 가장 구위가 좋은 송창식은 3일 연속 마운드에 올라 3세이브를 챙겼다. 16일 경기에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40개의 공을 던진 뒤 17일에도 등판해 한 타자를 상대하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18일에는 8회부터 1.2이닝 동안 16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김혁민 역시 최근 일주일 동안 무려 3차례나 마운드에 올랐다. 12일 LG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14일 LG전에 또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라 3이닝 6실점(5자책)했다. 그리고 17일 NC전에는 4-3으로 앞서던 7회초 1사 후 등판해 2.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결과는 좋았다. 13연패 후 3연승을 달리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와중에 주포 김태균은 17일 경기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NC와의 3연전에서만 홈런 3개를 몰아치며 승리의 주역을 활약했다. 이제서야 투타 밸런스가 맞아들어가는 분위기다.
투수들 스스로는 괜찮다고 한다. 송창식은 3일 연속 등판 후 "피로가 좀 쌓이고 몸이 좀 무거워 볼이 전체적으로 안좋았지만 제구에 신경 써 던졌다"며 "체력관리에 집중해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혁민 역시 "내가 컨디션 조절만 잘 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야말로 투혼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최근 한화의 투수 기용은 선수들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9일부터 시작되는 두산과의 3연전을 마친 뒤 나흘간의 휴식이 주어진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휴식일 뒤에도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지는 두고봐야 한다.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인데다 믿을 만한 선발투수들도 마땅히 없다. 당장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팀을 바로세우기 위한 한화 코칭스태프의 지혜, 선발 후보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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