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산 모비스의 '사령관' 양동근(33)은 노련했다.
양동근은 1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1차전(7전4선승제)에서 10득점 4도움으로 모비스의 76-71 승리를 이끌었다.
양동근의 기록 자체는 평범했다. 그러나 3쿼터까지 부진하던 양동근은 4쿼터 결정적 3점슛 두 개를 림에 꽃는 등 7득점을 하며 역전극의 공신이 됐다. 4쿼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61-65에서 김시래의 패스를 받아 3점포를 넣으며 1점차로 좁히더니, 종료 1분15초 전 3점슛을 날려 또 다시 림을 가르며 72-71로 경기를 뒤집었다.
힘겹지만 짜릿한 승리를 거둔 뒤 양동근은 "이겨서 다행이다. 3쿼터까지 동료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창피한 경기를 했다. 다행히 동료들 얼굴을 볼 수 있었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양동근이지만 챔프전 첫 경기의 긴장을 잠재우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는 "선수들은 아니라고 해도 몸 동작에서 (긴장감이) 나타나더라. 내 나이에 긴장했다니 부끄럽다"라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흐름을 뒤집은 3점포에 대해서는 "그걸 넣고서야 선수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전에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광대뼈만 봤다. 아무 생각없이 슛을 해야 들어간다. (실패에 대한) 잔상이 남아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라고 무념무상이 된 후에야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4쿼터까지 패한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양동근은 "이길 수 있을 때 이겨야 했다.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라며 승리욕이 발동하면서 경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와 정규리그 6라운드까지 치렀던 경기 동영상을 모두 봤다는 양동근은 "이기고 있다가 질 때는 선수들이 방심해 그렇다. 쉬운 슛도 넣지 못하고 그 이후 속공으로 득점을 허용하더라. 흐름을 내주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승부를 가르더라"라며 집중력을 살렸던 것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1차전 승리가 큰 의미가 없다며 냉정함을 보인 양동근은 "우리 쪽에 운이 따랐던 경기다. 1차전처럼 경기를 하면 2차전은 이길 수 없다"라며 정신을 차리고 다음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12득점 6도움 4가로채기로 알토란 활약을 한 신인 김시래는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경기인데 집중력을 발휘해 경기를 뒤집어서 좋았다"라며 첫 챔프전 경험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긴장하지 않고 하던 대로 했다는 김시래는 "양동근이 마지막에 뭔가 해줄 것 같았는데 역시나 해줬다"라고 좋아한 뒤 "우리가 조급하면 막히게 된다. 여유있고 폭넓게 경기를 운영하겠다"라고 편안한 경기 운영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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