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추신수(31, 신시내티)가 한 경기에서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서투른 수비로 실책 2개를 범해 고개를 숙이더니 멀티히트와 결승득점으로 환희도 누렸다.
추신수는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경기에 중견수 겸 1번타자로 변함없이 선발출전, 9회 3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5경기 연속안타에 3경기 연속 멀티히트. 시즌 타율은 3할7푼9리(종전 0.375)로 약간 높아졌다.
올 시즌 우익수에서 중견수로 포지션을 옮긴 추신수는 지난 6경기 동안 특별한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름대로 안정된 수비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날은 달랐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계속해서 수비에서 곤란을 겪었다.
첫 이닝부터 실책이 나왔다. 1회말 2사 2,3루 세인트루이스 공격 당시 야디에르 몰리나의 중견수 플라이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몰리나의 타구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추신수는 뒷걸음질치며 포구를 시도하다가 공을 2번 더듬은 뒤 땅에 떨어뜨렸다. 이 때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세인트루이스가 2-0으로 앞섰다.
실책은 6회에도 범했다. 2사 1루에서 이번에도 몰리나의 플라이볼을 제대로 잡는 데 실패했다. 낙구지점까지 잘 따라간 뒤 글러브로 공을 받는 동작에서 또 실수를 범했다. 이번에도 1루주자 맷 홀리데이가 다이아몬드를 돌아 득점에 성공했다. 마치 글러브에 마(魔)가 낀 듯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수비 실수를 화끈한 타격으로 만회했다. 신시내티가 2-4로 추격하던 7회초 2사 1루에서 좌전안타로 찬스를 이어간 뒤 후속 크리스 하이시의 2루타 때 3루까지 진출했다. 2루주자 라이언 하니건이 득점해 스코어는 1점차로 좁혀졌다. 자신의 타격으로 추격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
4-4 동점이던 9회에는 탁월한 선구안으로 팀의 결승득점을 올렸다. 선두 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상대 4번째 투수 미첼 복스를 상대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간 뒤 라이언 필립스의 2루타 때 홈까지 밟았다.
신시내티가 타자 일순한 덕에 한 번 더 타석에 들어선 그는 1사 만루에서 싹쓸이 3루타를 작렬해 승부를 완전히 갈랐다. 앞선 2차례의 수비 실책을 깨끗이 만회하는 속 후련한 3루타였다. 주자 3명이 모두 득점한 신시내티는 8점차로 리드폭을 넓혔고, 후속타로 추가점까지 올리며 결국 13-4로 대승했다.
이날 승리로 신시내티는 승률 7할1푼4리(5승2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질주했다. 2위 세인트루이스와는 2경기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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