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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에서 앞선 두산, 마지막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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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기자] 올 시즌 2번째 잠실 라이벌전에선 두산이 웃었다. 두산은 7일 잠실 LG전에서 4-4 동점이던 연장 11회초 2사 3루에서 허경민의 유격수 땅볼을 LG 유격수 오지환이 실책하는 순간 3루 주자 오재원이 홈을 밟아 5-4로 승리했다. 이로써 두산은 최근 3연패 늪에서 벗어났고, LG는 두산전 연승이 2경기에서 중단됐다.

◆치열했던 불펜 싸움

초반 활발한 타격전으로 전개되던 경기는 중반부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특히 2회까지 4점을 낸 LG 타선은 중반부터 갑자기 침묵했다. 선발 올슨에 이어 7회부터 가동된 두산 불펜이 LG의 달아오른 방망이를 차갑게 식혔다. 특히 7회부터 등판한 유희관, 오현택, 이혜천은 3이닝 4안타 1볼넷 무실점을 합작했다. 10회 등판한 이재우도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승리를 매조지했다. 특히 이재우는 2010년 4월4일 문학 SK전 이후 1천99일 만에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두산은 시즌 초반 구원투수진이 자리를 확실히 잡지 못해 불안한 경기가 이어져 왔다. 마무리 홍상삼이 복귀할 때까지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불페진이 힘을 낸 덕에 3연패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 LG도 불펜의 벽이 높기는 마찬가지. 6회 1사 뒤 주키치를 구원한 유원상을 시작으로 정현욱, 봉중근이 10회까지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하지만 11회초 2사 3루에서 허경민의 내야땅볼을 LG 유격수 오지환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탓에 결승점을 허용,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날 두 팀은 모두 10명의 구원투수를 기용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완벽하던 주키치, 7회 들어 와르르

6회까지 경기는 LG 선발 주키치의 '원맨쇼'로 진행됐다. 한국 프로야구 3년째를 맞은 주키치는 관록 넘치는 투구로 두산 강타선을 농락했다. 1회초 수비실책이 빌미가 돼 선취점을 내줬을 뿐 이후 5이닝을 완벽에 가깝게 틀어막았다. 하지만 경기는 두산이 1-4로 끌려가던 7회 들어 흐름이 바뀌었다. 주키치의 구위에 눌려 꼼짝 못하던 두산 타자들이 큰 스윙 대신 톡톡 맞히는 데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선두 최준석부터 오재원, 민병헌의 연속안타가 나왔다.

무사 만루서 양의지는 3루 파울선상 안쪽으로 흐르는 2타점 2루타를 작렬했고, 후속 김재호의 우전 적시타로 경기는 4-4 동점이 됐다. 이종욱의 1루 땅볼 때 3루주자 양의지가 홈에서 아웃되자 LG 벤치는 결국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키치를 내리고 믿음직한 불펜요원 유원상을 투입했다. 유원상은 1사 1,2루에서 고영민을 삼진, 김현수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주키치는 6이닝 9안타 4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불안하던 올슨, 던질수록 안정

주키치와 같은 왼손 투수이자 덥수룩한 수엽 또한 '닮은 꼴'인 두산 올슨은 초반 난조를 극복하고 한국 진출 후 가장 긴 6이닝을 소화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경기 전 "오늘은 한계 투구수를 두지 않기로 했다. 잘만 던지면 길게도 갈 생각"이라며 "6이닝 정도만 책임져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경기가 시작되자 올슨은 초반 극심한 난조를 나타냈다.

1회말 2루타 2개로 동점을 내주더니 2회에는 3안타와 볼넷 2개, 견제 실책까지 범하며 한꺼번에 3실점했다. 다만 3회부터 안정을 찾고 추가 실점 없이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점은 두산 입장에서 고무적이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셈. 이날 올슨의 기록은 6이닝 103구 6안타 3볼넷 4탈삼진 4실점(3자책). 직구 41개 슬라이더 42개 체인지업 20개를 던졌다. 직구 구속은 최저 140㎞에서 최고146㎞를 나타냈다.

◆'play of the game' 정주현, 가슴 쓸어내린 사연

이날 가장 눈에 띈 장면은 7회초 LG 좌익수 정주현의 멋짓 다이빙캐치였다. LG가 4-4 동점을 허용한 7회 2사 1,2루에서 두산 3번 김현수는 LG 2번째 투수 유원상으로부터 좌중간 쪽으로 빨랫줄 같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타구가 그대로 잔디에 떨어졌으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을 수 있는 상황. 이때 정주현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중견수 쪽으로 날렸다. 그리고 길게 뻗은 글러브로 총알같은 타구를 낚아챘다. 길었던 LG의 7회초 수비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1루 관중석의 LG 팬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 수비는 정주현 개인에게 의미가 매우 컸다. 이틀 전인 5일 잠실 두산전 당시 범한 어이 없는 실수를 만회했기 때문이다. 당시 2-2 동점이던 3회초 1사 1,2루에서 정주현은 평범한 좌익수 뜬공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공을 포구하다가 떨구는 바람에 2사2루가 될 상황이 1사 2,3루로 변했고, 후속 김동주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주자 이종욱이 홈을 밟았다.

정주현의 플레이는 실책이 아닌 2루타로 기록됐다. 타구가 라이트에 가려 잡기 힘든 듯했다. 그러나 정주현은 이날 경기 전 "당시 공을 놓친 건 라이트 때문이 아니라 내 '실수'였을 뿐"이라고 실토했다. 그는 "공이 바람에 흔들려 쉽지는 않았지만 잡을 수 없는 타구도 아니었다"며 "우리가 이겨서 다행이지 졌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교롭게도 당시 정주현에게 타구를 날린 두산 타자 역시 김현수였다.

"퇴장 당한 이후가 더 중요"

이날 경기 전 두산 홍성흔은 심판실을 찾아 사과했다. 지난 5일 경기 도중 흥분을 참지 못하고 격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한 점에 대해 문승훈 심판에게 사과했다. 홍성흔의 사과에 문 심판은 "경기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이미 지난 일"이라며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중요한 건 퇴장 당한 다음날이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과 달리 우리는 퇴당 판정을 받은 팀의 선수와 감독이 유독 '뒤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가슴에 담아 뒀다가 다음에 만나면 판정에 또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건다. 그것만 없으면 된다"고 했다. 중요한 건 퇴장 자체가 아닌 퇴장이후의 행동이라는 얘기였다. 다행히 이날 경기에선 이렇다 할 '시비'가 없었다. 다소 미묘한 판정이 없지 않았지만 두산 김 감독은 덕아웃을 벗어나지 않았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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