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천381일 만의 K리그 복귀전이라 그랬는지 할 말도 많았던 '풍운아' 이천수(32, 인천 유나이티드)다.
이천수는 31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4라운드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 후반 7분 교체 투입됐다. 전남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지난 2009년 6월 20일 전북 현대전 이후 근 4년 만의 K리그 컴백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천수는 좌우로 자리를 바꿔가며 프리롤처럼 움직였다. 이날 대전전 그의 공식 기록은 슈팅 3개, 코너킥 2개, 오프사이드 1개였다.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움직임 그 자체는 인상적이었다. 비록 팀은 1-2로 패했지만 이천수는 돋보였다. 팬들도 이천수의 동작에 환호하는 등 관중몰이 능력도 보여줬다.
경기 후 감회가 새롭다며 말문을 연 이천수는 "축구를 다시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라운드에 서니 새롭더라. 오랜만의 경기라 부담스러웠고 역전을 해서 이겼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출전하는 날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는 이천수는 "몸 상태는 아직 100%가 아니다. 피지컬 등 감각적인 부분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도 투입이 되면 상대편 골대를 향해 돌진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특유의 승리욕으로 인천 돌풍의 선봉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이천수는 '악동'으로 불렸다. 조금이라도 억울하다 싶으면 심판 판정에 항의해 퇴장을 받거나 상대의 몸싸움에 신경질을 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참을성 없는 선수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날 경기 도중 상대 김태연에게 목을 가격 당하는 등 이천수의 인내심을 폭발시키기 충분한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참고 넘어갔다. 그는 "예전 같았으면 성질이 많이 났을텐데 내 스스로 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선참이고 마음을 다잡는 부분에서 모범적이어야 한다"라고 변화를 이야기했다.
팬들의 환호가 그리웠던 이천수였다. 인천의 축구 명문 부평고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 듣는 소리였다. 늘 상대편 신분으로 인천의 골문을 향해 골을 넣던 나였다. 인천의 아들이라는 별명도 생기고 그랬는데 가슴이 너무나 뜨겁고 좋았다. 다음 경기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인천 유니폼을 입고 뛴 감동을 표현했다.
여전히 부족하다며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그는 "좋은 장면을 몇 차례 만들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공격수라면 기회가 몇 번은 온다. 다음에는 놓치지 않겠다"라고 골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뒤 "세밀한 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피지컬 트레이닝을 많이 해야 한다. 만족하는 경기는 없다"라며 자기 보완을 통해 팀에 승리를 안겨다주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등 한 집안의 가장이 되는 이천수는 "페어플레이를 하겠다. 정말로 운동장에서 화내지 않고 똑바로 행동하겠다"라며 재차 과거의 이천수는 잊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팀에서 후배들과 선참 사이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라며 헌신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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