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배우 박시후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지 15일 만에 경찰에 출두해 첫 소환 조사를 받았다.
1일 오전 10시 정각에 박시후는 서울 녹번동 서부경찰서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월18일 피소 사실이 알려진 지 12일 만이다. 2월19일과 24일 출석 요청에 불응, 1일 세번째 요청에 처음으로 응한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50분까지 약 10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섰다.
오전 10시 정각, 서부경찰서 첫 등장
오전 10시 서부경찰서에 도착한 박시후는 남색 양복을 입은 채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굳은 표정이었지만 당당하고 담담한 말씨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사건 당일의 진실은 경찰 조사를 통해서 명백히 밝혀드리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박시후는 지난 2월15일 술을 마시다 취한 22세 연예인 지망생 A씨를 강간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A씨는 "박시후와 그의 후배 K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해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모처에서 강간을 당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술자리에 동석한 박시후의 후배 연기자 K씨 역시 A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이날 K씨 역시 박시후와 함께 경찰에 처음으로 출석, 조사에 응했다.
오후 12시30분 경 점심 식사 후 조사 계속돼
오후 12시30분 경, 박시후가 조사를 받고 있는 서부경찰서 조사실에는 볶음밥 6그릇이 배달됐다. 이를 배달한 경찰서 인근 중국음식점 관계자는 "조사를 받는 박시후의 모습은 담담해보였다"고 말했다.
4시간 여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던 이날 조사는 예상 시간을 두 배 이상 훌쩍 넘기면서까지 계속됐다. 취재진은 오후 2시경 박시후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 서부경찰서 앞에 운집하기 시작했다. 2시40분경,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을 향해 "앞으로 2시간 안에는 조사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7시50분, 10시간 달한 첫 경찰 조사 마쳐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조사는 경찰 관계자의 예측조차 훨씬 넘긴 오후 7시50분 경 마무리됐다. 만 10시간을 채운 릴레이 조사였다.
조사실을 나서며 박시후는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만 경찰 조사를 통해 충분히 소명했다"며 "진실을 꼭 밝히겠다"고 짧은 말을 남긴 채 변호인들에 둘러싸여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함께 조사에 응한 후배 K씨 역시 박시후와 함께 경찰서를 나섰다.
애초 관계자들의 전망대로 박시후는 행위에 강제성이 없었음을 진술하고 무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해 조사를 임한 것으로 보인다.
박시후에 이어 취재진 앞에 선 서부경찰서 서준옥 강력계장은 "박시후 측 K씨 등은 오전 10시부터 현재 시간 부로 선임된 변호사 입회 하에 충분한 조사를 마쳤다"며 "추가 소환은 오늘 조사 내용을 검토, 수사한 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소인 소환 조사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A씨 소환과 박시후, K씨의 재소환 일정은 미정"이라며 "재수사 역시 조사 내용을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시후와 후배 K씨 행위의 강제성 여부를 묻자 서준옥 강력계장은 "그런 내용은 여기서 밝힐 수 없다"며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 현재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아주 충분한 조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사건의 흐름과 향후 전망은
지난 2월18일 피소 사실이 보도된 뒤 박시후는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알렸지만 이튿날인 19일 경찰의 첫 번째 출석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사와 논의할 부분이 있어 부득이하게 소환을 연기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시후가 한 차례 소환 일자를 연기한 상황에서, 당시 이들이 술을 마신 술집과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CCTV가 공개되자 또 한번의 파장이 일었다.
술집에서 A씨가 혼자 계단을 걸어내려가는 모습과 술집 관계자의 증언이 보도됐을 당시까지만 해도 A양의 진술이 신빙성을 잃는듯 보였다. 그러나 A씨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듯 보이는 아파트 주차장의 CCTV는 그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2월24일 박시후는 강남경찰서로 사건 이송을 신청하며 또 한 번 소환에 불응했다. 경찰은 2월24일 10시에 경찰에 출석,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박시후 측은 출두 시간을 오후 7시로 연기한 뒤 끝내 경찰서에 나타나지 않았다. 예정된 조사 시간을 약 2시간 남겨 두고 보도자료를 통해 불참을 알렸다.
이날 경찰은 "오후 6시께 전화로 박시후와 그와 함께 피소된 후배 K씨가 모두 경찰 조사에 불참한다고 전화로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약물 반응 결과와 '1억 합의금' 관련 내용 보도, A씨와 후배 K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 사건의 변수 역시 많았다.
홍초 소주 3병을 세 명이서 나눠 마셨다는 진술과 A씨가 술자리에서 금세 취해버린 정황이 만나 약물 투약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월27일에는 경찰이 국과수에 A씨의 체액 등을 맡겨 감식을 의뢰한 결과 음성을 판정받았다고 알려졌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박시후 측이 A씨에게 금액 1억 원을 제시하며 합의를 시도했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출두 연기가 합의를 위한 물밑작업을 위해서였다는 소문과 달리 박시후 측이 고소 사실을 안 후 곧바로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렬됐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합의는 절대 못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2월28일에는 Y-star '생방송 스타뉴스'가 K씨와 A씨의 문자 내용을 일부 입수, 공개하기도 했다. 박시후 측은 지난 2월27일 A씨와 K씨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관련, 수원지법에 증거보전을 요청한 바 있다.
'생방송 스타뉴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오후 3시 41분에 "집 왔엉"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K씨는 "속 괜찮아"라고 답했다. 이어진 대화에서 K씨는 "이따 클럽이나 가자"라고 말했으며, A씨는 "에흐 ㅋㅋ ***(클럽)간다했지?"라고 답했다.
이는 사건 이튿날 통상적인 안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며 행위의 강제성을 우회적으로 부인한 K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만한 내용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만일 박시후와 K씨의 혐의가 모두 입증될 시 사건은 성폭력 범죄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류된다. 친고죄 적용을 받지 않는 성폭력 범죄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해 혐의가 입증될 경우 차후 A씨와 박시후, K씨 간 합의 가능성을 논하는 것 역시 무의미해진다.
경찰에 따르면 박시후와 후배 K씨에 대한 추가 소환, 고소인 A씨에 대한 조사 계획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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