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외국인 선수 없다는 탓을 하면 안되겠죠."
모기업 포스코의 긴축경영에 영향을 받아 자금 집행을 최대한 줄인 포항 스틸러스는 외국인 선수 없이 2013 시즌을 시작한다. 시즌 서막이었던 2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베이징 궈안(중국)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면서 외국인 선수 필요성에 대한 복잡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무승부에도 포항은 소득도 있었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터키 전지훈련 내내 선, 후배들이 정으로 하나가 됐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전술 적응도가 더 좋아졌다.
홈에서 베이징과 비기기는 했지만 경기가 많이 남았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당연히 한 경기 결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이 포항 선수들의 생각이다.
최선참인 노병준은 풍부한 경험의 보유자답게 외국인 선수 부재가 큰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는 "정말 노력 많이 했다. 서로 말을 많이 하면서 좋아졌다"라며 겨우내 땀을 흘린 성과가 잘 나왔다고 자평했다.
국내 공격진의 침묵은 별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는 "포항이 슬로 스타터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경기력에 신경쓰지 않고 뛰다보면 해결될 문제다. 내부적으로 외국인이 없다는 탓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럴 때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더 잘 될 것이다"라며 긍정론을 펼쳤다.
포항의 초반 일정은 험난하다. 3월 2일 FC서울과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은 부담 그 자체다. 2006년 이후 서울 원정 9경기 연속 무승(1무8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깨야 한다. 이후 9일 껄끄러운 대전 시티즌과 2라운드를 치른 뒤 ACL 예선을 위해 10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떠난다.
13일 분요드코르와 챔피언스리그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르고 나면 15일 비행기편으로 한국에 돌아와 하루를 쉬고 17일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를 갖는다. 14일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더 머물러야 해 수원전 준비가 빠듯하다. 경기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시즌 초반부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일정이 나온 뒤 포항이 고민을 거듭했던 이유다.
노병준은 "시즌이 시작되면 초반이든 후반이든 위기가 한 번은 온다. 빨리 경험하면 오히려 대처하는데 도움이 된다"라며 지혜롭게 버티겠다는 생각이다. 이어 "조별리그는 5경기나 남았고 K리그는 아직 시작 전이다. 베이징전 경험이 큰 소득이 될 것 같다"라며 빨리 맞은 매가 약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황진성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그는 "팀의 경기력은 괜찮았다. 흐름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포항은 조직력의 팀이다"라며 외국인 선수 부재는 오히려 선수단을 하나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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