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모기업인 포스코는 지난해 세계적인 철강업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전사적인 부문에서 아끼기에 돌입했다. 최대한 비용 절감으로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중인 포항 스틸러스도 예외는 아니다.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보니 선수단은 달인의 수준에 올랐다.
포항은 전지훈련 출발 전 선수단의 짐 무게를 하나하나 측정했다. 1인당 20㎏에 맞추느라 짐을 싸고 풀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국적기가 아닌 외항사로 안탈리아까지 이동한 관계로 수하물의 중량이 규정을 넘기면 추가요금을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외항사의 승객 1인당 최대 허용 수하물 무게는 25㎏까지였지만 혹시 모를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 20㎏에 맞췄다.
때문에 선수들은 기내 반입용 핸드캐리 가방에도 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필요한 물건이라도 무게 걱정에 제외하다보니 가져오지 못한 것들도 많다. 한 선수는 "안탈리아에 오기 전부터 짐 가방을 싸고 풀다가 지쳐버렸다. 그냥 가까운 일본으로 가거나 국내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절약은 전훈지인 안탈리아에 와서도 계속됐다. 30일 오후(한국시간) 포항 선수단은 첫 휴식일을 가졌고, 선수들은 안탈리아 시내 대형 할인마트에서 쇼핑에 나섰다.
그렇지만 구매자는 많지 않았다. 두 시간 반이라는 쇼핑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몇몇이 옷과 신발 등을 샀지만 자비 구매였다. 플라스틱 쇼핑백을 들고 있는 선수들도 자세히 확인해보니 간단한 먹거리 정도를 샀을 뿐이다.
매년 전지훈련마다 선수들에게 나오던 일정액의 격려금이 올해는 지급되지 않았다. 격려금은 일종의 선수 복지 차원이다. 모기업이 어렵다보니 복지비도 아껴야 했던 것이다. 일부 선수들은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포스코의 비용 절감에 동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음식도 고민거리다. 포항이 숙소로 사용 중인 크렘린 펠리스 리조트는 휴양시설이지만 겨울에는 스포츠팀들이 전지훈련을 위해 많이 찾는다. 이런 점을 고려해 종류를 한정지은 식사 메뉴들이 제공된다. 대부분 서양식이다. 아침, 점심, 저녁 메뉴가 거의 동일하다. 기자도 이날 점심과 저녁을 선수단과 함께 먹었는데 메뉴들의 위치나 내용이 전혀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고정적이었다. 포항 선수단은 안탈리아 입성 후 열흘째 같은 식사 메뉴에 길들여진 셈이다.
그나마 느끼함을 지우게 해주는 김치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훈련 초반 구매하지 못했다. 이스탄불에서 김치를 구매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현지 음식에 적응하는 것도 훈련의 일부일 수 있지만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는 게 선수단의 하소연이다.
훈련 후반부에는 따로 훈련지로 오는 구단 프런트가 김치를 포함해 각종 부식 100㎏을 가져오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전망이다. 아끼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아 곳곳에서 촌극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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