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K리그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이 올 시즌 첫 경기에서 대승을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서울의 첫 경기는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였다. 서울은 26일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E조 예선 1차전 장쑤 순톈(중국)과의 경기에서 각각 2골씩을 넣은 데얀과 윤일록, 1골을 보탠 몰리나의 활약으로 5-1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 서울을 향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여전히 건재함을 알린 데얀과 몰리나의 존재감, 캡틴 하대성의 영향력, 중원과 공격진들이 주고받았던 환상적인 패스워크, 그리고 올 시즌 서울로 이적한 윤일록의 강렬함까지. 서울은 대승과 함께 올 시즌 역시 K리그 클래식 우승후보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 정복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한 모습을 선보인 최용수 서울 감독. 대승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 감독은 경기 내용과 경기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환하게 웃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난 2009년 K리그 정규리그 서울의 첫 경기를 떠올렸다.
2009년 3월7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개막전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서울은 무려 6골을 폭발시키며 6-1 대승을 거뒀다. 2골을 넣은 김치우를 비롯해 아디, 정조국, 기성용, 이승렬이 골을 신고했다. 이청용은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6-1 대승을 거둔 후 서울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었다. 데얀-정조국 투톱의 화력과 김치우-기성용-한태유-이청용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미드필더 라인은 환상 그 자체였다. 시즌 첫 경기에서 대승을 선보인 서울은 단번에 우승후보 0순위로 뛰어 올랐다.
시작은 좋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서울은 그 해 전북-포항에 밀려 정규리그 3위로 밀려났다. 그리고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6위 전남에 발목이 잡히며 멈춰섰다. 개막전 대승의 제물이었던 전남에 당한 통한의 패배였다. 결국 서울은 2009시즌 5위로 내려앉으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서울은 2009년 그 어떤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최 감독이 첫 경기 대승을 거둔 후 2009년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그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대승 후 모든 이들의 찬사를 독차지하자 서울은 나태해졌고 주변의 시선에 괜히 허세만 키웠다. 대승 후 서울은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2013년 서울의 첫 경기 대승이 2009년 첫 경기 대승과 비슷하다.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기대감이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최 감독이 2009년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첫 경기 대승의 기세를 다음 경기, 또 다음 경기로 이어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방심하지 않게 선수들을 다잡기 위함이다. 마지막에 웃기 위해서다.
최 감독은 "오늘 대승을 했다. 2009년 광양에 가서 전남에 6-1로 대승한 기억이 났다. 개막전이었는데 개막전 대승 후 그 해 가져온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올 시즌 내부적으로 더 단단해졌다. 첫 경기 대승했다고 크게 좋아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조별예선 5경기가 남아있다. 주말에 K리그 개막전도 있다"며 대승에 도취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 감독이 꺼내든 2009년 첫 경기 대승의 기억. 아픈 기억을 교훈삼아 다른 길을 가려하는 것이다. 올 시즌 서울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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