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1990년대 후반부터 한동안 세계 축구를 지배한 프랑스의 아트 사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컵을 거머쥔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어 유로 2000까지 석권하며 세계 축구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 중심에는 희대의 영웅 지네딘 지단이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간판 공격수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가 존재했다. 앙리와 트레제게는 1998 월드컵과 유로 2000에서 맹활약하며 프랑스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최고의 공격수이자 절친인 앙리와 트레제게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두 선수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세계적인 공격수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킹' 앙리와 이탈리아 세리에A '킬러' 트레제게는 저마다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문제는 두 선수를 대표팀에서 합쳐놓으면 일어났다. 두 선수의 공격 조합은 유독 빛을 내지 못했다.
전형적인 타킷형 스트라이커 트레제게와 공격 전방위를 커버하며 활발히 움직이는 앙리의 조합은 잘 맞을 것 같았지만 불협화음을 냈다. 두 선수가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함께 하면 오히려 힘이 줄어드는, 설명하기 힘든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그 누구도 이 문제의 정답을 내놓지 못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은 프랑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레퀴프' 등 언론들은 "프랑스 최대약점은 공격력이다. 앙리와 트레제게가 최고 공격수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결집력이 문제다.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합치면 시너지효과가 반감된다. 1998년 월드컵 우승, 유로 2000 우승 당시에도 이 두 조합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냉철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앙리와 트레제게 조합은 제대로 빛을 내지 못한 채 사라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 굴욕 후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재기를 노린 프랑스는 결국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후 프랑스 축구는 더 이상 세계를 호령하지 못한 채 하락세를 탔다. 이론상으로 완벽한 조합인 앙리와 트레제게가 왜 합쳐놓으면 맞지 않는지는 풀리지 않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 축구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바로 박주영과 이동국의 조합이다. 두 선수 모두 개인적 기량에서는 한국 최고의 공격수임이 분명하다. 유럽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박주영, K리그 지배자 이동국. 공격 전방위 움직임이 활발한 박주영, 전형적인 타킷형 스트라이커 이동국. 이 둘의 조합은 이론상으로 완벽하다. 하지만 뭉치면 이상하게 힘이 줄어든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불협화음을 냈던 박주영-이동국 조합은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 다시 등장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자신했다. 이 두 선수의 조합을 성공시키겠다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후반 투톱으로 투입된 박주영과 이동국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빛을 내지 못했다. 답답했고 초라했다. 한국은 0-4 대패의 굴욕을 당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이동국과 박주영은 각자의 특징이 뚜렷하고 좋은 점을 많이 갖고 있다. 정신적인 부분이 아니면 두 조합에 별 문제가 없다. 외부에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이 나오면 두 사람도 그런 것에 대해 의식하게 된다. 훈련하고 3개월 정도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기 때문에 극대화가 쉽지 않다. 선수들과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실전에 들어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고 싶다"며 이동국-박주영 조합의 정답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앙리와 트레제게 조합의 엇박자는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다. 박주영-이동국 조합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두 가지다.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져들 것인가, 정답을 찾아 한국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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