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여러분들은 그냥 훈련에만 신경 쓰면 된다. 다 잘 될 것이다."
포항 스틸러스의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은 겉으로는 평온하고 의욕이 넘친다. 시즌을 준비하는 팀들이 으레 그렇듯 주전 자리로 치고 들어가기 위한 후보급 선수들의 분투와 또 자기 자리를 수성하기 위한 기존 선수들의 노력 등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그러나 모든 면이 다 안정적이지는 않다. 황진성이 재계약 문제로 이번 전훈에 제외됐고, 일부 계약 협상 대상자도 구단에서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말을 해주지 않아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포항 구단은 모기업 포스코의 실적악화에 따른 운영비 감소로 모든 부문에서 몸집 줄이기에 애쓰고 있다. 선수단이 훈련에 집중한다 해도 마음이 불안정한 것이 당연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 앞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제 갈 길만 가자는 것이 요지다.
황 감독은 1일 훈련을 마친 뒤 선수단의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확실하게 나사를 조였다. 그는 "구단의 어려움을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도 이런저런 말이 많은데 신경 쓰지 말고 제 할 일을 하라"라고 강조했다. 시즌 시작과 함께 고난의 행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황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도 좋다. 나도 마음을 비우고 시즌에 나선다. 여러분들이 늘 좋은 경기력으로 한 시즌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절대 성적에 연연해하지 말아라"라고 전했다.
황 감독의 지론은 모든 경기를 승점 3점짜리로 여긴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승점 1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식의 경기는 없다. 하지만, 선수층이 엷어진 상황에서는 전략적으로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 스스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타협을 한 셈이다.
대신 황 감독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좋은 생각만 하기를 바란다. 충분히 희망적이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다. 얼마든지 준비만 잘하면 좋게 시작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시즌 막판 외국인 선수가 사실상 제외된 상황에서도 8경기 무패(5승3무)의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을 기억하자는 의미다.
선, 후배 상관없이 모두가 경쟁자라며 좀 더 의욕을 보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황 감독은 "현재는 (노)병준이나 (문)창진이 등 선, 후배가 모두 동일한 조건이다. 특히 후배들은 선배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더 과감해져라"라며 경쟁심을 유도했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진 상황에서 누구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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