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현대캐피탈 최태웅이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세터들 중에서 처음으로 1만 세트를 돌파했다. 최태웅은 2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원정경기에서 24세트를 더해 1만 세트 고지를 밟았다.
세트 기록은 리시브가 된 공을 세터가 받아 이를 2단 연결을 해 공격수가 점수를 올렸을 때 기록된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기록하고 있는 러닝세트와 한국배구연맹(KOVO)이 적용하는 세트 기록에 서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세터가 갖고 있는 기량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대한항공과 풀 세트 접전을 펼친 끝에 3-2로 승리를 거뒀다. 최태웅은 이날 1, 2, 4세트에는 권영민의 휴식 시간을 보조하는 백업 세터로 나왔고, 마지막 5세트에는 선발로 출전했다. 최태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1만 세트를 넘었다는 걸 이제 알았다"며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지난 시즌에 세트 기록에 대한 시상을 기대했다"며 웃었다.
연맹은 정규시즌이 끝나면 득점, 서브, 블로킹, 디그 등 개인 공격 및 수비기록 부문에 대한 시상을 했다. 기록 집계는 됐지만 세트에 대해선 그동안 예외를 뒀다. 올 시즌부터 세트 부문에 대해서도 시상을 하기로 정했다. 따라서 이날 1만 세트를 달성한 최태웅은 시즌이 끝나면 열릴 시상식에서 그 기록에 대한 상을 받게 된다.
최태웅은 "그동안 세트로 기록될 수 있게 리시브를 잘 해준 레프트와 리베로 그리고 토스를 점수로 뽑아준 공격수들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 특별한 선수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하사대부중고와 한양대 그리고 삼성화재에서 한솥밥을 먹은 석진욱이다.
최태웅은 "아무래도 어릴때부터 함께 운동을 했던 선수라 더 생각이 난다"고 했다. 두 선수보다 먼저 현역은퇴를 해 코트를 떠난 장병철(전 삼성화재)도 최태웅의 기억에 선명하다. 그는 "지금은 함께 뛰고 있는 현대캐피탈 동료 선수 모두가 가장 소중하고 고맙다"고 강조했다.
세터 전력이 불안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 팀들에게 최태웅과 권영민이 뛰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두 선수가 교대로 코트에 나오는 부분이 오히려 팀에 역효과를 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현대캐피탈은 박철우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삼성화재로 이적한 다음 보상선수로 최태웅이 합류한 2010-11시즌부터 두 명의 전·현직 국가대표 세터를 보유한 팀이 됐다.
최태웅은 "나는 이제 권영민의 보조 세터로 뛰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주전 세터는 한 명으로 고정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물론 선수기용은 감독이 갖고 있는 고유권한이다. 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은 지난 3라운드까지는 최태웅과 권영민을 세트마다 번갈아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4라운드 들어 권영민이 선발, 최태웅이 백업으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최태웅은 "세터가 중간에 교체되면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며 "경기 전반적인 흐름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순 없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작은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아무래도 한 명이 꾸준히 나오는 개 낫고 내 경우에는 (권)영민이의 뒤를 받치는 역할이나 분위기 반전 카드로 코트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태웅과 권영민은 11년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대표팀 소속으로 처음 한솥밥을 먹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두 선수 모두 30대 베테랑 선수가 됐다.
최태웅은 "저도 이제 38살"이라며 웃었다. 체력적으로는 아직 건재하다. 하지만 그는 "영민이가 주전으로 나오는 게 맞고 그런 상황이 팀이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현대캐파탈에 온지도 벌써 세 시즌째다. 영민이의 뒤를 잘 받쳐주면서 올 시즌에는 꼭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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