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경남중-경남고 그리고 동아대. 롯데 자이언츠에서 연고지 출신 선수로 특별하게 여기는 이가 있다. 이제 막 프로 데뷔 시즌을 보내고 1년차를 맞는 내야수 신본기가 그 주인공이다.
신본기는 롯데 입단 당시에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 공격과 수비 능력을 모두 갖춘 대형 내야수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유격수 뿐만 아니라 2, 3루 등 내야 어느 자리에서도 수비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롯데 내야진은 신본기의 가세로 주전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신본기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주전 경쟁에서 일찍 밀려났다. 지난해 6월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였다.
▲부상에서 얻은 교훈
신본기는 시즌이 끝난 뒤에도 2군 숙소가 있는 김해 상동구장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시무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새해 팀 훈련도 시작됐다. 그는 부상을 당했을 때 야구공을 손에서 놓았는데 그 시간이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하면서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운동을 거른 적이 없었는데 프로에 와서 그렇게 됐다."
한화전에서 당한 부상은 신본기에 무척 아쉬움을 남겼다. 수비 도중 어깨가 탈구됐는데 심한 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타격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1군에 와 타격감이 막 올라가던 차에 덜컥 다쳤기 때문에 당시 생각을 하면 지금도 한숨이 나온다. 신본기는 "그 때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지 말아야 했는데 괜히 오버하다 다친 셈"이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신본기는 결국 50경기에 출전, 타율 1할5리 3타점 1도루라는 성적을 남기고 신인 시즌을 마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부상 이후 당초 재활에만 1년이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회복이 빨랐다는 점이다. 현재는 타격과 수비 훈련 모두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준비를 위해 몸을 만들어놔야 하기 때문이다.
신본기는 "신인이라면 한 가지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하나에 포커스를 맞췄어야 했는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욕심을 부린 게 결국 시즌 전체를 그르치게 된 이유라고 했다.
그는 특히 타격에서 더욱 아쉽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치른 연습경기 때 신본기는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쳤다. 그 다음 경기에서도 방망이는 매섭게 돌았다. 그런데 그 감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신본기는 "프로무대를 결코 만만하게 보진 않았다"고 했지만 시범경기에 이어 치른 1군 경기에서 배트는 공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가르는 횟수가 많아졌다.
신본기는 2군으로 내려왔는데 거기서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동료들은 "1군에서 두 달 동안 친 안타를 이틀 만에 2군에서 쳤다"고 놀렸다. 신본기는 "타석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뱀의 해, '그라운드야 기다려라'
신본기는 새해 첫 해돋이를 산 정상에서 맞이했다. 1989년생인 신본기에게 올해는 좀 특별하다. 2013년은 뱀의 해 '계사년'이기 때문이다. 뱀띠 신본기는 각별한 마음일 수밖에 없다. 신본기는 새해 첫날 친구와 함께 모교인 동아대 뒤에 있는 송학산에 올라 새해 맞이를 하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부상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팀도 우승을 차지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신본기는 "뱀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부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본기는 자신의 지난해 1군 성적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타율을 얼마까지 끌어올린다든지 하는 그런 기록상의 숫자보다는 경기에 자주 출전하고 타석에 더 많이 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야구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게 목표다.
신본기는 "그래서 수비보다는 타격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했다. 지난해 롯데의 타격을 지도했던 박정태 전 코치는 신본기의 재능을 아까워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의 차이는 있지만 신본기는 동아대 시절 4년 내내 통산 타율이 3할6푼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올 시즌 새롭게 팀 타격을 조련할 박흥식 타격코치도 신본기에 대해 "공격에 대한 잠재력은 충분히 갖춘 선수"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신본기는 그런 칭찬과 격려에 흐트러지진 않기로 다짐했다. 그는 "유망주라고 꼽히는 선수 대부분은 그런 말을 듣지 않느냐"면서 "1군 자리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프링캠프를 거쳐 죽기살기로 한 번 부딪혀 보겠다"고 했다.
신본기는 롤 모델로 팀의 주장 조성환을 꼽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조성환이 그라운드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장면은 신본기를 비롯한 후배 선수들에게 모범사례다. 신본기는 "조성환 선배는 별 다른 말을 안해도 행동으로 많은 뜻을 알려준다"며 "조 선배와 같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보이겠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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